홍콩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현지 여성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경찰이 알몸 수색을 했고 이를 다른 남성 경찰들도 지켜봤다는 주장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민주당 의원과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피해 여성 루이(가명)씨가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참석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루이 씨는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한다. 이후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당시 여경 2명이 들어와 옷을 전부 벗도록 요구했고, 그는 “자신이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옷을 벗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알몸 상태인 몸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자 경찰이 ‘펜으로 허벅지를 때리며 손을 내리라고 했다’”며 “‘쪼그리고 앉을 것’을 요구했지만 다리를 다쳐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도 말했다.
루이는 특히 “당시 다른 여경은 조사실 문을 열어놓았으며, 문 앞에는 남성 경찰 10여 명이 내 알몸을 바라보고 있었다”며 울먹이며 말했다.
조사에 걸린 시간은 15~20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경찰의 신분증 번호는 ‘55827’과 ‘26522’였다고 기억했다. 루이는 “소리지르고 울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내가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해 여성이 경찰서로 이송되기 전 경찰은 그녀의 옷을 모두 검사했으며 퇴원 당시에도 마약 같은 금지품이 없어 몸 수색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성추행이자 인권 침해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입장신문(立場新聞) 등 홍콩 현지 매체에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 홍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경찰을 비판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댓글에는 “한국의 ‘부천 성고문 사건’ 같은 일이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부천 성고문 사건은 지난 1986년 당시 부천경찰서 경찰 문귀동이 수갑에 묶여 있던 학생운동가 권인숙씨를 조사 과정에서 성추행한 사건이다.
━
캐리람 "송환법 철회 거부"...홍콩 경찰-시위대 다시 무력 충돌 양상
이런 가운데 홍콩 사태는 다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4일 오전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역 사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환법 완전 철회 문제에 대해 “아직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학생들의 시위가 다시 과격 양상을 띠기 시작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기물이 파손됐고 시민 10여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찰이 시위대 28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가 가로등을 쓰러뜨리는 등 과격 행동에 나서면서 수차례 해산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아 진압에 나섰다고 밝혔다. SNS 상에는 이날 시위 도중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다친 시민, 학생들의 모습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학생은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면서 곤봉으로 얼굴을 다시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