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31일 개막하는 농구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의 내·외곽을 책임지는 센터 라건아(왼쪽)와 가드 이대성이 농구공을 맞잡은 채 각오를 다졌다. 강정현 기자“축구 월드컵이 열리면 난리 나잖아요. 그런데 농구는 월드컵이 있는지도 잘 모르세요.”
한국 농구대표팀 가드 이대성(29·울산 현대모비스) 말처럼 축구에만 월드컵이 있는 게 아니다. 1950년 창설돼 4~5년 주기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챔피언십이 2014년 대회 이름을 월드컵으로 바꿨다. 올해 18회를 맞는 농구 월드컵은 31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중국에서 열린다. NBA MVP 아데토쿤보가 이끄는 그리스 농구대표팀. [사진 FIBA 인스타그램] 지난 시즌 미국 프로농구(NBA) 최우수선수 야니스 아데토쿤보(25·밀워키)가 그리스, 니콜라 요키치(24·덴버)가 세르비아 대표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미국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등이 빠졌지만, 켐바 워커(25·보스턴)와 크리스 미들턴(26·밀워키) 등이 출전한다. 미국 감독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사령탑 그레그 포포비치다. 좁은 코트에서 펼쳐지는 농구는 신체조건이 절대적이라서 이변이 적은 종목이다.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25년 만의 1승이다. 한국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을 E조 2위로 통과했다. 32개 본선 진출국이 8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조 1·2위가 2라운드에 진출하고, 3·4위는 순위결정전으로 밀린다. FIBA 랭킹 32위 한국은 아르헨티나(5위)·러시아(10위)·나이지리아(33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11위(1970년)다. 마지막 승리는 1994년 이집트전이다. 1998, 2014년에는 5전 전패였다. 한국의 현실적인 이번 대회 목표는 1승이다.
아르헨티나 베테랑 포워드 루이스 스콜라. [사진 스콜라 인스타그램]첫 상대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 포워드 루이스 스콜라(39·중국 상하이 샤크스)는 2007년부터 NBA에서 10시즌을 뛰며 평균 12점을 기록했다. 다음달 2일 맞붙는 러시아는 NBA 올랜도의 티모페이 모즈고프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러시아 명문 CSKA모스크바 안드레이 보론세비치 등이 건재하다. [사진 보론세비치 인스타그램] 러시아는 CSKA모스크바 소속인 안드레이 보론세비치가 선봉이다. 나이지리아는 출전비가 부족해 어렵게 참가했다. NBA에서 뛰는 조시 오코기(미네소타)가 있어 만만치 않다.
나이지리아 농구대표팀의 조시 오코기는 NBA 미네소타 소속이다. [사진 오코기 인스타그램]한국은 국내에서 다른 조 본선 진출국을 상대로 모의고사를 쳤다. 24일 리투아니아(6위)에 29점 차(57-86), 25일 체코(24위)에 8점 차(89-97)로 졌다. 27일 앙골라(39위)를 91-76으로 이겼다.
농구월드컵을 앞둔 한국농구대표팀 귀화 선수 라건아(왼쪽)와 이대성이 지난 22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한국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모비스의 우승을 이끈 이대성·라건아(30)에 기대를 건다. 체코전에서 라건아는 29점을 올렸고, 이대성은 3연속 3점포를 꽂았다.
라건아는 지난해 특별귀화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대성은 2017년 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뛰었다. 이대성은 “(덩치 큰) 건아는 나의 빅 브라더”라고 말하자, 라건아가 팔 근육을 자랑하며 “월드컵에서 대성이와 함께 스위치를 켜보겠다”고 맞받았다. 영어로 서울이라고 크게 적힌 상의를 입은 라건아. [사진 대한농구협회] 라건아는 ‘SEOUL’이라고 크게 적힌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그는 “원래 시즌이 끝나면 미국에 갔는데, 이제는 국가를 위해 뛴다.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졌다.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라건아는 이제 100%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힘겹게) ‘김치 덩크’를 한다”고 농담했다.
라건아는 25일 경기 후 주차장에서 경기장 직원과 시비를 벌이다 상대를 넘어뜨렸다.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고 합의한 라건아는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고 사과했다. 앙골라전에는 예정대로 출전해 맹활약했다.
이대성은 라건아를 건아야라고 부르고, 라건아는 이대성을 대시라 불렀다. 강정현 기자이대성은 “아르헨티나는 포인트 가드 키가 1m90㎝를 넘는다. 러시아도 높이가 좋고 터프하다. 1승 상대로 꼽는 나이지리아도 체격이 좋고, 기술까지 갖췄다”며 자신이 비디오 분석했단 내용을 전했다.
한국은 ‘모션 오펜스(유기적 움직임과 패싱 기반의 공격법)’를 준비 중이다. 이대성은 “김상식(51) 감독님이 유럽 팀을 상대하는 필리핀 팀 영상을 보여줬다. 체격이 열세여도 포기하지 않고 5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과감하게 덤비고 돌진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인천에서 열린 체코와 경기에서 라건아가 이대성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이대성은 “농구 인기가 전보다 떨어진 게 사실이다. 선수들 잘못도 있다. 이번 월드컵이 인기 회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5년 전에는 부상 때문에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 상대가 NBA 선수라도 주눅 들지 않고 하겠다는 걸 약속한다. 쉽게 지지는 않겠다. 또 기회가 된다면 덩크슛도 해보겠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1승 만이 목표라고 한다면 최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미국과 붙더라도 자신 있게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