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가 이탈리아 무대를 떠나 벨기에 프로축구 1부리그 신트 트라위던으로 팀을 옮긴다. 최근 A대표팀 탈락 등 부침을 겪었던 상황에서 전환점을 맞을 지 주목된다.
TG 지알로불루, 칼초메르카토웹,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 등 이탈리아의 복수 매체들은 28일 이승우의 벨기에 클럽 이적 소식을 전했다. 아직 메디컬 테스트 등이 남았지만 지난 2017년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소년 팀에서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로 옮긴 지 2년 만에 이승우는 새로운 무대로의 도전을 선택했다.
이승우가 뛸 트라위던은 일본 기업 DMM이 경영권을 소유하고 있는 구단이다. 1924년 창단돼 지난 2017년 11월부터 DMM이 인수한 트라위던은 지난 시즌엔 벨기에 1부 리그 7위, 올 시즌엔 5라운드까지 1승1무3패(승점 4)로 16개 팀 중 12위에 머물러있다. 지난 시즌 1군 스쿼드에 일본 선수만 6명이 뛰기도 했던 트라위던은 올 시즌엔 스즈키 유마, 이토 다츠야 등을 비롯해 올 시즌 초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뛴 베트남 출신 공격수 응우옌 콩 푸엉도 활약해 아시아 선수들에 익숙한 팀이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를 영입해 키워 높은 몸값을 받고 파는 데도 익숙한 팀이다. 일본 대표팀 핵심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21)는 지난해 1월 이 팀에 합류해 활약한 뒤, 지난달에 이적료 700만 유로(약 94억원)를 기록하면서 이탈리아 세리에A 볼로냐로 이적하면서 빅리그 진입에 성공했다.
이승우는 베로나에서 통산 40경기에 출전해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벗어나 성인이 된 지난 2017년 첫 프로 팀으로 베로나를 선택했던 이승우는 초반엔 교체 멤버로 주로 출전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세리에B(2부)로 강등됐던 지난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출장 시간을 늘리면서 입지를 넓혔고, 팀도 곧장 세리에A(1부) 승격을 확정하면서 새 시즌 기대감도 키웠다. 베로나 구단은 2019~2020 시즌 이승우의 등번호를 핵심 선수가 주로 달고 뛰는 9번으로 배정해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된 뒤엔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이승우는 지난 19일 코파 이탈리아(컵대회) 크레모네세와 3라운드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올랐지만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26일 볼로냐와 세리에A 개막전에선 출전 명단에서조차 아예 제외됐다. 개인 플레이 성향이 강한 이승우와 팀 상황이 맞지 않단 평가도 있었다. 이탈리아 지역 매체 헬라스 라이브는 지난 27일 "이승우의 미래는 베로나와 멀어지고 있다. 이반 유리치 감독 체제에서 출전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다시 다른 팀의 영입 제의가 온다면 새 구단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승우는 앞서 신트 트라위던의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된 임대 제의를 한 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승우는 빅리그에 얽매이기보단 보다 많이 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무대를 찾고 싶었다. 때마침 지난 26일 이승우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발표한 축구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많이 출전하진 않았어도 꾸준하게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이승우에겐 대표팀 탈락이 큰 시련과 같았다. 결국 이승우는 고심 끝에 벨기에라는 새로운 무대로의 도전을 결정했다.
벨기에 리그는 유럽 전체 리그 중에서도 공격적인 운영을 중시하는 무대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승우의 강점도 발휘할 수 있다. 올 시즌 5경기를 치른 트라위던은 팀 득점이 단 2골에 불과할 만큼 빈곤한 득점력에 크게 고민하고 있었다. 2019~2020 시즌 벨기에 1부 리그 16개 팀 중 팀 최저 득점 기록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승우가 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시련이 찾아왔던 이승우 개인에게도 벨기에 무대 이적이 반전하는 계기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승우는 계약을 순조롭게 마치면 곧바로 다음달 1일 열릴 유펜과의 벨기에 리그 정규리그 6라운드 워정 경기부터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