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일. 이날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준 날이다.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 선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대표팀이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2-1로 꺾고 이 대회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그 후 1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한국 축구의 봄을 이끌었다.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 쾌거의 여운은 아직 남아있다. 금메달을 땄던 여러 선수들이 가치를 높여 주전급 선수로 성장하거나 다른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멤버로 발탁된 손흥민(27·토트넘)이 병역 혜택 기회를 얻어 가치를 더 높였고, 황의조(27·보르도)는 이 대회를 통해 스타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A대표팀과 K리그 흥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분위기를 잇기 위한 노력도 계속 이어진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최대 혜택은 선수들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팀내 최다 골(9골)을 넣은 황의조가 대표적이다. 대회 전만 해도 성남FC 시절 김학범 감독의 제자로 '인맥 축구 논란'까지 있던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도 주축 공격수로 7골을 터뜨린 황의조는 전 소속팀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의 활약까지 더해 지난달 프랑스 지롱댕 보르도로 이적했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과 A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해서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고 했다.
그밖에도 외국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이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아산 무궁화에서 곧바로 전역했던 황인범(23)은 K리그2 대전 시티즌으로 복귀한 뒤, 올해 초 미국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했다. 또 김민재(23)는 중국 베이징 궈안, 나상호(23)는 일본 FC도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으로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2018~19 시즌 소속팀 토트넘(잉글랜드)에서 20골 10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달 중순 8000만 유로(약 1075억원)까지 올라갔다. 영국 언론들도 관심을 가졌던 손흥민의 병역 문제가 해결된 뒤, 1년새 가치가 3000만 유로 이상 상승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은 A대표팀에서도 주축을 맡고 있다. 손흥민, 황의조, 김민재, 조현우(28·대구), 황희찬(23·잘츠부르크) 등은 지난해 9월부터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벤투 감독의 부름을 자주 받는 자원들이 다 됐다. 또 황인범, 나상호, 김문환(24·부산), 이진현(22·포항), 김정민(20·리퍼링) 등은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는 손흥민, 황의조 등과 함께 A대표팀에서 소녀 팬들을 몰고 다니면서 대표팀 인기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 덕에 A대표팀 홈 경기는 지난해 9월부터 6월 초 호주전까지 7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K리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진현, 황현수(24·서울), 정태욱(22·대구), 김진야(21·인천)는 각 팀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다. 황인범과 김문환이 누비던 K리그2에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관중이 경기장에 몰렸다. 올 시즌 K리그1, K리그2가 모두 평균 유료 관중 기록이 올라선 데는 K리그를 누비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의 활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면서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았던 김학범 감독의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이 새로운 도전의 시발점이 될 무대다. 이 대회는 도쿄올림픽 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과 겸해서 치러진다. 이 대회 최종 3위 안에 들면 한국 축구는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김학범 감독이 현재 이끌고 있는 22세 이하(U-22) 대표팀은 다음달 2일 소집돼 6일과 9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평가전을 치르면서 새 도전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