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가 1일 오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아 한용덕 감독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화 제공 약 5개월 만이다.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4·한화)와 한화가 다시 어색하게 손을 잡았다.
한화는 "이용규에게 내린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1일 자로 해제한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이용규가 3일 육성군에 합류해 구단의 프로그램에 맞춰 공식 훈련에 참여하고, 시즌 종료 후엔 1군 마무리 캠프에서 훈련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용규는 징계 해제 첫 날인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한용덕 한화 감독과 동료 선수들을 만났다. 한 감독에게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동료들에게는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해 죄송하다. 앞으로 조금씩 갚아나가겠다"며 "나를 다시 받아주신 선배, 후배, 동료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현장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한 감독은 "마음 고생 많았다. 앞으로 잘해보자"며 포옹을 했다. 한 시즌 동안 쌓인 앙금을 털어내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선수들은 이용규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환영의 뜻을 표현했다. 함께 외야에서 호흡을 맞췄던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이용규를 직접 안아주기도 했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았던 지난 5개월이다. 이용규는 올해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한화와 2+1년 최대 26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잔류 계약을 했다. 그러나 시범 경기 개막에 앞서 한 감독을 만나 처음으로 트레이드 요청을 했고,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자 구단에 다시 한번 "다른 팀으로 보내 달라"는 입장을 전한 뒤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구단 역시 한 감독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거절했다.
여론도 좋지 않았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 팬들을 포함한 야구 팬들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이용규가 올 시즌 주전 좌익수 자리를 보장 받은 상황이었기에 더 그랬다. 팀과 감독의 기용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에서다. 이용규가 트레이드 요청 다음날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않은 점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용규 역시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9번 타순이나 좌익수 포지션, FA 계약 옵션에 대한 불만으로 트레이드 요청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토로했다.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
한화는 결국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내려 보낸 뒤 후속 조치를 고민했고, 장고 끝에 "트레이드 요청 방법과 시기 등이 부적절하고, 팀의 질서와 기강을 훼손했다"며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른 선수들에게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더 강경한 대응을 했다.
그 후 이용규는 대전고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면서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시즌 도중 구단에 몇 차례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화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팀이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을 맴도는 가운데서도 이용규를 찾지 않고 신예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버텼다. 성적 때문에 팀의 방향성을 바꾸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했다.
사진=한화 제공 결국 시즌 종료가 임박한 9월에야 한화와 이용규 사이의 벽이 무너졌다. 한화는 "이용규가 자숙하면서 진심 어린 반성을 했고, 팀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밝혀온 점을 참작해 징계를 해제했다"며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는 등 한국 야구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은 선수이기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를 포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용규 역시 지난 5개월 간의 마음고생과 후회를 담담히 털어놨다. "(트레이드 요청은) 경솔했고 내 잘못을 인정한다. 팀에 누를 끼치면서 감정적인 판단을 했다"며 "그동안 힘든 상황에서 팀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다.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좀 더 조심스럽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또 "야구팬들께 늦었지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다시 기회를 주신 구단과 감독님, 코치님들,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며 "앞으로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겠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용규는 올 시즌 1군에 복귀하지 않고 차근차근 몸을 만든 뒤 내년 시즌 활약을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