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리그가 모두 끝나면서 e스포츠 팬들의 시선이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롤드컵은 전 세계 9960만명(2018년 결승전 순 시청자 수 기준)이 볼 정도로 가장 인기있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올해는 오는 10월 2일부터 11월 10일까지 독일·스페인·프랑스에서 개최된다.
현재 13개 지역을 대표해 출전할 팀들이 가려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총 세 팀 중 SK텔레콤 T1(이하 SKT)과 그리핀 두 팀이 확정됐다. 특히 SKT는 롤드컵 3회 우승팀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한국이 작년에 놓친 왕좌를 되찾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주요 지역의 롤드컵 진출팀 현황과 한국팀의 우승 가능성을 살펴본다.
부활한 SKT·신흥 강자 그리핀…한국 왕좌 탈환 기대↑
한국은 롤드컵 단골 우승국이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8회 중 5번이나 한국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SKT가 2013년과 2015년, 2016년 3회 우승하며 세계적인 팀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SKT는 2017년 준우승에 그쳤고 2018년에는 탈락하며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세계 최강 리그라고 할 수 있는 국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스프링과 서머 두 정규시즌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롤드컵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지난달 막을 내린 서머에서는 정규시즌 4위로 와일드카드전·PO 1라운드·2라운드를 거쳐 결승까지 올라 정규시즌 1위 그리핀을 3-1로 꺾고 우승까지 했다.
SKT는 작년 부진 이후 주장인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하고 모든 주전 선수를 새롭게 기용하는 리빌딩에 성공하며 다시 맹호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롤드컵에서 왕좌 탈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T 감독과 선수들도 우승에 대해 간절하다. 김정균 감독은 서머 우승 직후 "T1이 우승을 못한 지 3년이 됐다. 서머 시즌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 우승까지 했다. 이제 롤드컵 우승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이상혁도 "올해 롤드컵은 다른 때보다 중요하다. 오랜 만에 롤드컵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이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SKT는 방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전 세계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어떤 팀도 만만하지 않다"며 "롤드컵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해야 지난 MSI 때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혁도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고 잘 준비해 롤드컵 왕좌를 되찾아오고 싶다"며 "유럽 G2에게는 꼭 복수하겠다"고 말했다.
SKT는 올해 5월 스프링 이후 전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4강에서 유럽 팀 G2 e스포츠(이하 G2)에 일격을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핀은 서머 정규시즌 1위로 롤드컵행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2018년 서머 시즌에 처음 LCK 무대를 밟은 이후 3회 연속 LCK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리핀은 미드를 제외한 전 포지션 선수들이 KDA(킬·데스·어시스트 앞 글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 요즘 세계적인 트렌드인 변칙적인 플레이도 능하다.
다만 이번 서머에서 SKT에 밀리며 정규시즌 1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롤드컵 본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어 전력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남은 한국 대표팀 자리는 아프리카·킹존·샌드박스·담원이 3일부터 시작되는 선발전에서 주인을 가려질 예정이다.
한국의 라이벌 유럽·중국…G2 경계 1순위
이번 롤드컵에서 한국의 라이벌로 꼽히는 지역은 바로 유럽(리그 LEC)과 중국(LPL)이다.
특히 유럽 팀 중에는 G2가 우승 후보다.
G2는 지역 리그에서도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2019 LEC' 서머에서 15승 3패, 승률 83%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했으며, 이번까지 총 4년 연속 롤드컵에 진출했다.
G2는 올해 MSI에서 SKT를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하는 등 국제 대회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특히 다소 즉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전략으로 상대팀을 당혹케 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 팀들이 경계해야 할 요주의 팀이다.
중국은 작년 롤드컵 우승국으로 주목된다.
당시 유럽의 정통 강호 프나틱을 꺾고 우승한 중국 IG는 올 MSI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지역 리그인 LPL 서머의 포스트시즌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아직 중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기회가 남아있지만 롤드컵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는 IG 외에도 강팀들이 많다. 제일 먼저 롤드컵행을 확정지은 펀플러스 피닉스(FPX)는 '2019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에서 그리핀을 잡아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 특히 '도인비' 김태상과 '로컨' 이동욱 등 한국 출신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두번째로 롤드컵에 진출한 '로얄 네버 기브업(RNG)'는 전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평가받는 '우지' 지안 쯔하오가 활약하고 있는 강팀이다.
북미·대만도 단골 손님 대거 진출
북미(LCS)와 대만·홍콩·마카오(LMS)에서는 그동안 국제 대회에 자주 얼굴을 내비쳤던 단골 팀 및 선수들이 이번 롤드컵에도 출전한다.
북미에서는 팀 리퀴드와 C9이, 대만·홍콩·마카오에서는 J팀과 ahq e스포츠가 각각 롤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팀 리퀴드는 '임팩트' 정언영과 '코어장전' 조용인 등 한국인 선수들, 1세대 프로게이머로 다년간 롤드컵에 출전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더블리프트' 일리앙 펭이 활동하고 있다. 이 팀은 올해 MSI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4회 연속 LCS 우승을 기록했을 만큼 실력에서 인정받고 있다.
C9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롤드컵에 진출했으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던 경험이 많아 올해도 이변을 만들어낼 팀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출신의 '레퍼드' 복한규 감독이 상대팀의 수를 읽고 예리한 챔피언 선택 및 플레이 전략을 구사하는 지장으로 유명하다.
ahq는 2014~2017년 롤드컵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다. 2018년 아쉽게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한 만큼 올해는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지 기대된다.
롤드컵 주최사인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롤드컵이 8년간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팀 및 선수의 수준이 점점 더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 이번 롤드컵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