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는 3일 구단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광성 입단 소식을 전하며 “북한 스트라이커가 칼리아리에서 건너왔다. 환영한다”는 글을 남겼다.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 4년, 이적료는 500만 유로(66억원)다.
2017년 3월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 칼리아리에 입단한 한광성은 2년 만에 리그 최강팀으로 자리를 옮기며 주목받았다. 국내 축구 팬들은 북한 출신인 그에게 ‘레반동무스키’, ‘반미스텔루이’, ‘탄광성’ 등의 별명을 붙이며 관심을 보였다. 그의 유벤투스행과 관련한 궁금증 5가지를 풀어봤다.
◆북한 선수가 세리에A라니=북한은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3년 엘리트 축구선수 양성을 위해 평양에 국제축구학교를 짓고 유망주 80명을 모았다. 이들 중 두각을 나타낸 40명을 추려 유럽으로 유학 보냈다. 수비수 20명은 이탈리아 페루자(ISM아카데미)로, 미드필더와 공격수 20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마르체트 파운데이션)로 보냈다. 한광성은 양쪽 교육 기관을 모두 거쳤다.
이탈리아 프로 무대 데뷔는 안토니오 라찌(71)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찌 전 의원은 북한 김정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등 젊은 독재자와 서방 세계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유벤투스 협상이 2년 걸린 건=유벤투스가 한광성 영입에 나선 건 지난해 초다. 한광성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올 초엔 예상 이적료가 1000만 유로(133억원)까지 치솟았다. 협상이 길어진 건 북한과 관련한 국제 정세 때문이다. 국제연합(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2월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 파견 중인 북한 노동자를 24개월 이내 본국에 송환토록 했는데, 축구 선수 한광성도 이 조항을 적용받는지가 관건이 됐다.
유벤투스 측은 한광성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내용과 전망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계약서상 한광성은 올 시즌엔 임대 선수 신분으로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는다. 이적료 지급시점은 내년 여름인데, 유엔 제재를 고려한 완충장치다.
◆연봉은 북한 당국으로 가나=올 1월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마르카는 “한광성 연봉 중 1600유로(200만원)를 뺀 나머지는 북한 당국이 가져간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의회가 “세리에A가 북한 선수를 받아들이는 건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위반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탈리아에서 뛰는 북한 선수의 연봉 지급 방식과 사용처를 조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카 보도 직후 한광성 에이전트가 “연봉은 선수 본인 명의 계좌로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9만여명의 수입 중 70~90%를 착취해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현지 전담 감시 요원이 붙나=이탈리아 현지에서 ‘북한 당국이 파견한 감시원이 한광성을 따라다닌다’는 등의 보도가 나온적은 없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한광성 등 해외 진출 축구선수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구체적 정황은 제법 드러난 상태다.
페루자에서 뛰던 2017년 한광성이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인터뷰에 불참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는 당시 아무런 예고 없이 녹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시밀리아노 산토파드레 페루자 회장은 나중에 한 인터뷰에서 “평양의 한 고위 관계자가 구단에 전화를 걸어와 (한광성의) TV 출연을 불허했다”며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TV에 나갈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털어놓았다.
북한 축구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평양 출신인 한광성은 이른바 ‘출신 성분’이 좋다. 사상 검증도 문제 없이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광성은 유럽 현지 언론 인터뷰 때 김정은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호날두와 인민 호날두 호흡 맞출까=한광성이 유벤투스와 계약했지만, 정확히는 1군이 아니라 세리에C(3부리그) 소속 유벤투스B(23세 이하 팀) 소속이다. 유벤투스 측은 한광성이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는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적응과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유벤투스에는 호날두 등 톱클래스 선수가 즐비해 한광성이 1군 무대를 밟는 건 현실적으로 좀 힘들다. 이에 따라 컵대회 등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경기에서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