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의 히든카드는 영화 '변신'이었다. 최약체로 평가받던 이 작품은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로 직행하더니 결국 지난 7일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 반전승 가운데 주연배우 배성우가 있다.
구마를 소재로 한 이 호러 영화에서 배성우는 사제이자 가족의 삼촌인 중수를 연기했다. 가벼운 웃음기를 쏙 빼고 검은 사제복을 입은 채 무겁고 진한 감정을 표현했다. 관객들이 익히 봐온 배성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배성우의 첫 주연작이다. 그간 다작해온 그가 처음으로 크레딧 제일 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행까지 이끌어내며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그렇게 배성우는 연기 인생에 길이 남을 한판 승부에서 승리를 거뒀다.
-'변신' 팀의 분위기가 유독 좋았다던데. "촬영장에서 화목한 가족 같이 지냈다. 정서적으로 무거운 영화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같이 모여서 가족처럼 수다를 떨기도 하고 그랬다. 나는 라틴어를 외웠어야 했는데, 거기 끼지 못하고 구석으로 가서 중얼거리곤 했다."
-라틴어 대사가 어려웠나. "라틴어가 많기도 한데, 라틴어를 거꾸로 만든 대사도 있었다. 사실 라틴어가 잘 쓰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쓰라고 만든 말이지 않나. 듣다 보면 무슨 말인지는 대충 어떤 뜻인지 알 것 같다. 그런데, 그걸 거꾸로 해놓으니 사람이 쓰는 말이 아니더라. 그래서 문자를 하나하나 외웠다. 가뜩이나 안 외워져서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 안 외워져서 꿈에 나오기도 했다. 숙소에서도 계속 외우다가 잠이 들었다. 고시생처럼 꿈에서도 그걸 공부하고 있는 거다."
-스케줄이 될 때까지 제작진이 기다려줬다던데. "처음 대본을 받은 건 지난해 초였다. 드라마 '라이브'를 바쁘게 찍고 있던 때였다. 시나리오가 정말 흥미로웠다. 감독님에게 '지금 대답할 단계도 아니고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드라마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역할이 진지해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와 비교해 시나리오가 바뀌긴 했다. 신부 캐릭터가 초반 버전보다 더 진지해졌다. 전체적으로 더 무거워지고 단선적이 됐다."
-다른 구마 소재 영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 "장르영화라는 곳이 비슷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소재가 비슷하니까. '변신'은 구마나 빙의보다 서스펜스의 부분이 더 많다. 구마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긴 했다. 탄탄하게 그려지지 않으면 전체 영화의 손해이니까 구마를 독특하게 그렸다. 빙의라기보다는 오대환 캐릭터까지해서 해서 한 장치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피가 쏟아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CG 없이 거의 진짜 피였다."
-다른 것보다도 곤충을 그렇게 무서워했다고. "곤충은 진짜 무섭지 않나. 다리 많은 벌레가 무섭다. 피야, 진짜 피도 아니니까. 찍을 때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