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동메달결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마무리로 나선 소형준이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올 시즌 존재감을 드러낸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5강 경쟁을 하고 있다. 2020시즌에도 새 얼굴의 합류 효과가 기대된다.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 출전한 청소년 대표팀은 슈퍼라운드에서 대만과 미국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3·4위전에서 호주를 꺾고 3위에 올랐지만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에 경기력에서 희망을 봤다. 프로 입단이 결정된 다수 유망주가 이미 인정 받은 잠재력을 드러낸 대회였다. KT도 웃었다. 1차 지명 투수 소형준(18·유신고)과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선택한 포수 강현우(18·유신고)가 6일 열린 숙적 일본전에서 5-4 역전승을 거두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소형준의 자질과 배포는 부풀려지지 않았다. 그는 일본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6⅔이닝 동안 2점만 내줬다. 1회초, 커트에 집중하는 상대 타자 모리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했지만 구위를 앞세워 3·4번 타자에게 각각 투수 앞 땅볼과 삼진을 잡아냈다.
이후 6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150km(시속)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보더라인 던졌다. 슬라이더와 커브 그리고 스플리터를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던졌다.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두고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과감한 투구로 수 차례 루킹 삼진을 솎아냈다. '한일전' 특수성을 고려하면 놀라운 배포였다.
실점 상황도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2사 뒤 좌전 안타를 맞고 1·2루에 몰린 상황에서 대타 구마다를 상대했다. 느린 타구가 좌측으로 흘렀지만 1루수가 포구할 수 있는 타구를 놓쳤고, 2루수의 글러브에 맞고 굴절까지 됐다. 후속 타자 미즈카미에게 허용한 안타도 중견수와 내야수 사이에 떨어지는 텍사스 안타였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는 웃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이 8회말 공격에서 상대 야수의 실책을 틈타 동점을 만들고 승부치기 끝에 5-4로 역전하며 포효할 수 있었다. 소형준이 없었다면 일본전 승리도 없었다. 그는 호주와의 3·4위전에서도 마지막 투수로 나서 대회 대미를 장식하는 임무를 맡았다.
강현우(왼쪽)와 소형준. 연합뉴스 올 시즌 유신고의 메이저 대회 2관왕(황금사자기·청룡기)를 이끈 주역인 강현우도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밤 경기에 이어 바로 낮 경기가 이어지는 일정에서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보여주며 대표팀의 안방을 지켰다. 강현우의 좋은 리드가 있었기에 여러 유망주 투수들이 주목 받을 수 있었다. 일본전에서 보여준 타격 능력도 기대감을 높였다. 주저 없이 자신의 스윙을 하는 유형이었다.
이숭용 KT 단장과 스카우트팀은 2차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내야 강화와 안방 강화를 고심했다. 밤을 지샜다고 했다. 선택은 강현우였다. KT의 전력은 예년보다 몰라지게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장성우를 백업하고 미래 주전이 될 포수가 필요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포수를 맡아 아직은 성장이 필요하지만 자질과 잠재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이강철 감독의 믿음 속에 젊은 선발진을 구축했다. 트레이드로 가세한 선수, 기존 유망주가 두루 기회를 얻으며 5강 경쟁을 달구고 있다. 2020시즌에는 일본을 꺾은 청소년 대표팀 배터리가 가세한다. 선발과 안방 모두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