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보다 20배 빠른 5G 시대를 맞아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5G 시대의 킬러 콘텐트 중 하나로 게임을 내세우고 있다. 빠른 5G 속도에 다운로드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에 '보는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5G 콘텐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게임사들과의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손을 잡는 파트너가 대부분 해외 게임사들이어서 국내 게임사들은 아직 '5G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들, 앞다퉈 '클라우드 게임' 육성
이통사들이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하지만 5G 속도나 커버리지, 요금제 등에서 큰 차이가 없어 가입자 유치에서 앞서 가려면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통사들이 차별화된 즐길거리로 게임을 내세우고 있다.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고, 5G의 빨라진 속도를 체감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통사들은 게임 플레이로 데이터가 소비되기 때문에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통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게임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글로벌 컴퓨터 그래픽 업체 엔비디아와 손잡고 5G 기반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선보였다.
지포스 나우는 엔비디아가 북미와 서유럽에서 30만명을 선정해 시범 서비스하고 있는 차세대 게임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PC 뿐 아니라 5G 스마트폰에서 지포스 나우에 접속해 20~100GB에 달하는 고사양 PC와 콘솔 게임을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철권7' '포트나이트' '그립:컴뱃 레이싱' 등 150여 종을 무료 체험 기간에 제공하고, 연말까지 200종 이상의 고화질 대용량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5G 클라우드 VR(가상현실) 게임도 내놓았다.
5G 클라우드 VR 게임은 고성능 PC와 케이블 등을 구매·설치하지 않아도 무선 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만으로 고사양의 VR(입체형 6DoF)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현재 우주 시뮬레이션 게임 'VR 스페이스 스토커', 낚시 게임 '리얼VR 피싱' 등 20여 종을 이용할 수 있으며, 올해 안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도 다음달 5G를 기반으로 한 MS의 클라우드 게임 '엑스클라우드'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엑스클라우드는 MS 콘솔 게임기 'X박스'의 고화질·대용량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 및 설치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엑스클라우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앱 실행 시 나타나는 게임 중 원하는 게임을 골라 즐기면 된다. 서비스 초기에는 무선 컨트롤러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게임을 플레이하기 보다는 눈으로 보는 재미를 높인 LoL용 5G AR(증강현실)·VR 서비스도 선보였다.
'점프 AR'는 이용자가 360도로 스마트폰을 움직여 LoL e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서울 종로의 롤파크 내부를 살펴보고,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VR 현장생중계'는 롤파크 경기장 무대에 설치된 360 VR 카메라로 선수들을 근거리에서 볼 수 있고, 'VR리플레이'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게임 속 캐릭터 시야에서 제공하는 e스포츠 영상 콘텐트다.
5G 시대 맞아 '게임 특수'…중소 게임사는 소외 우려
이통사들이 게임을 5G 시대의 핵심 콘텐트로 키우겠다고 적극 나서면서 국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게임이 귀한 존재가 됐다.
과거 '게임 중독'이라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콘텐트로 인식돼 대기업들이 다루는 것을 꺼리던 것에서 5G 시대를 맞아서는 좋은 게임을 먼저 잡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정체를 맞은 국내 게임산업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게임사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고 있다. 이통사들이 손잡는 게임사들은 콘솔이나 PC 게임을 주로 하는 해외 게임사들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자사의 5G 데이터를 소비할 수 있는 콘텐트로 클라우드 게임이 적격이라고 보고 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엔비디아나 MS와 같은 해외 게임 서비스 업체와 협업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글로벌하게 통하는 여러 콘솔 및 PC 게임을 갖고 있어 콘텐트 파워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 게임에만 매달리고 있어 이통사의 러브콜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개발사가 구글이나 애플 앱마켓에 유통하면 그만이다. 이통사가 5G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함께 할 것이 없다.
그래서 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에서 벗어나 콘솔·PC·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랫폼용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이 주류인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내부 경쟁도 치열한데 중국 게임까지 가세해 중소 게임사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멀티 플랫폼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게임사들은 그 길에 나서고 있다.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자사의 인기 IP(지식재산권)인 '테라'와 '검은사막 온라인'을 X박스원과 플레이스테이션4용으로 출시했다. 이 덕분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SK텔레콤과 MS과 함께 하는 엑스클라우드 게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몇몇 대형 게임사는 그나마 여유가 돼서 플랫폼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 게임사는 그만한 여력이 없다"며 "정부나 이통사같은 대기업들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