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키움은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위 두산과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6-3으로 역전승해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상대 전적 9승 7패를 기록하게 돼 장정석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두산전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4번 타자 박병호가 타선을 이끌었다. 1회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1-3으로 뒤진 6회 2사 후에는 두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초구 커브를 좌월 솔로포로 연결해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시즌 33호포. 키움이 역전에 성공한 8회 무사 만루서는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려 동점을 만들기도 했다. 적재적소에 중요한 타점을 뽑아내는 동시에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홈런 타이틀 굳히기에 돌입했다.
명실상부한 키움 타선의 리더다. 박병호는 올 시즌 공인구 반발계수 하향 조정과 한 달 간의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전 구단에서 유일하게 30홈런을 넘겼다. 16일까지 타점도 98점을 쌓아 6년 연속 100타점까지 2개만을 남겨뒀다. 스스로도 "100타점은 꼭 올리고 싶다"는 다짐도 하고 있다. 물론 그 전에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겠다"는 각오가 먼저다.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와 테이블세터 김하성의 동반 활약도 키움의 시즌 막바지를 빛내는 요소다. 김하성이 지난 11일 SK전에서 유격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100타점-100득점을 달성한 데 이어 16일 경기에선 샌즈가 다시 100타점-100득점 동반 달성 고지를 밟았다. 한 팀에서 100타점-100득점 타자가 두 명 이상 나온 것은 KBO 리그에서 다섯 차례 밖에 없었던 진기록이다. 2014년 키움 박병호-강정호, 2015년 키움 박병호-유한준, 2015년과 2016년 NC 에릭 테임즈-나성범이 각각 달성했다. 이전까지 키움과 NC가 각각 두 차례씩 양분했던 모양새다. 올해 샌즈와 김하성이 팀 세 번째로 그 계보를 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키움 타선의 막내 격인 이정후도 최다안타 1위를 달리면서 팀 선배 서건창만이 지난 2014년 역대 유일하게 달성했던 200안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어느덧 팀을 상징하는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정후의 진짜 가치는 대기록을 달성할 기회를 잡고도 스스로의 안타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장정석 키움 감독이 "분명히 기록에 욕심이 날 텐데도 안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볼넷을 골라 나가면서 순위 경쟁 중인 팀의 승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참 기특하다"고 박수를 보낼 정도다.
4번 타자부터 막내까지, 기량과 마인드 모두 완벽하게 갖춰진 키움의 타선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정규시즌뿐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지난해 못지 않은 명승부를 예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