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여행길이나 명절 연휴 고향 가는 길에 꼭 들르는 곳, 고속도로 휴게소다. 장시간 운전하느라 뻐근해진 허리를 펼 겸 출출한 속을 채우고, 간식거리를 한아름 구매해 긴 여행길에 다시 나서기도 한다. 해외여행의 꽃이 면세점 쇼핑이라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국내 여행의 묘미이자 필수 코스인 셈이다.
보통 짧게는 10여 분, 길어도 30분 이상 머무르지 않지만, 휴게소 자체로 여행지가 되는 곳들도 있다. 식사하고 차 마시고 여기저기 둘러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는 곳들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콕 찍은 특색있는 휴게소들을 소개한다.
경관 보며 먹는 도리뱅뱅이 ‘금강휴게소’
1971년 문을 연 금강휴게소는 지금도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대표하는 휴게소지만, 2004년까지만 해도 서울과 경상도를 오가는 고속버스 상당수가 이곳에 정차해 무척 혼잡했다. 상행선과 하행선 시설이 분리된 일반적인 고속도로 휴게소와 달리 금강휴게소는 하행선 쪽에 위치한 휴게소 시설을 함께 사용한다. 회차가 가능한 고속도로 휴게소 네 곳 중 한 곳이라 드라이브 삼아 찾는 여행객도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빼어난 자연경관이다. 휴게소 건물을 설계할 당시부터 산과 강이 맞닿은 주변 경치를 십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주차장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도록 건물을 배치하는가 하면, 통유리를 설치해 휴게소 안에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휴게소 이용객들이 곧장 휴게소 뒤쪽 테라스로 달려간다. [금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금강휴게소. 한국관광공사 제공]강변에는 금강의 별미인 도리뱅뱅이를 파는 간이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둑을 따라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도 눈에 띈다.
당연히 금강휴게소의 별미도 도리뱅뱅이다. 작은 민물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으로 조리는데, 금산과 옥천, 영동, 무주 등 금강 유역의 마을에서 접하기 쉬운 음식이다. [금강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고소한 맛의 도리뱅뱅이. 한국관광공사 제공] 도리뱅뱅이는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가 소개한 뒤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새빨간 양념 옷을 입은 도리뱅뱅이는 보기에도 군침이 흐른다.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담백한 피라미를 기름에 튀기면 멸치처럼 고소한 맛이 더한다. 피라미는 민물고기지만 완전히 익혔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금강휴게소에서 굴다리를 지나면 닿는 조령리 마을로 조금만 가면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까지 맛볼 수 있다. 생선국수는 쏘가리, 동자개(빠가사리), 메기 등 갓 잡아 올린 신선한 민물고기를 통째로 두 시간쯤 삶아 고춧가루·고추장·생강·후춧가루·된장·들깻가루·부추·청양고추·깻잎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음식.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테마파크 같은 쉼터 ‘덕평자연휴게소’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 표지판을 보고 우연히 들렀다면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휴게소 건물과 간판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덕평자연휴게소는 널찍한 푸드 코트를 중심으로 디저트 카페와 편의점, 쇼핑몰 등이 골목골목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먹거리 중 으뜸인 메뉴 ‘덕평소고기국밥’은 2016년 한 해 동안 60만 그릇 가까이 팔리면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최근 리뉴얼한 메뉴인 덕평왕돈가스는 바삭한 튀김옷 속 촉촉한 살코기가 웬만한 전문점 부럽지 않다.
맛있고 든든한 식사를 마쳤으면 주차장 반대편으로 나가보자. 널찍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중앙정원은 이름처럼 덕평자연휴게소 강릉 방향과 인천 방향 가운데 자리 잡았다.
전국에 전망 좋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여럿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덕평자연휴게소 내 강아지 테마파크 `달려라 코코`. 한국관광공사 제공]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중앙정원 옆의 ‘달려라 코코’를 놓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강아지 파크’를 지향하는 이곳은 자연 속에서 반려견과 함께 힐링하는 공간이다. 널찍한 애견 놀이터, 애견 카페(코코카페), 애견 위생실, 애견 호텔(코코하우스) 등을 갖췄다. 여름(6~9월)에는 반려견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소형견 물놀이장을 운영한다.
연인끼리 혹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해 질 무렵 덕평자연휴게소에 들르는 것이 좋다. 해가 지고 별이 하나둘 떠오르면 중앙정원과 인접한 ‘별빛정원 우주’에 각양각색 조명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국내 최장빛 터널인 `터널 갤럭시101`. 한국관광공사 제공] 발길 닿는 곳마다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놀이터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불빛쇼가 펼쳐지는 로맨틱가든에서는 사랑을 고백하기 좋다. ‘터널갤럭시101’은 국내에서 가장 긴 101m 빛의 터널로, 은하수 속을 걷는 듯 환상적이다.
작지만 알차게 먹고 쉬는 ‘이서휴게소’
이서휴게소는 규모가 작아도 아기자기하고 알차다. 먹고, 쉬고, 즐기는 재미 중 으뜸은 먹는 재미일 것이다. 인기 메뉴인 라면과 우동이 2900원으로 가성비가 좋고, 라면은 튀기지 않은 생면을 사용해 깔끔하다. [이서휴게소의 인기 메뉴인 `명품 꼬막비빔밥`. 한국관광공사 제공]‘전주비빔밥전문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 메뉴는 명품애호박국밥과 명품꼬막비빔밥. 올봄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가 주관한 ‘휴게소 대표 음식 선발대회’에서 각각 대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손가락 굵기로 큼직하게 썬 애호박과 두툼한 돼지고기가 푸짐한 명품애호박국밥은 감칠맛 나는 얼큰한 국물이 포인트다. 꼬막과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진 명품꼬막비빔밥은 상큼한 유자청 고추장이 신의 한 수다. 이 메뉴는 한국도로공사가 전국 195개 휴게소 189개 품목을 대상으로 선정한 ‘2019 전국 휴게소 대표 명품 음식(EX-FOOD) 20선’에도 포함됐다. [몸에 좋은 영양밥 셀프코너. 한국관광공사 제공]밥이 모자라거나 흰쌀밥을 선호하지 않는 여행객을 위한 영양밥 셀프 코너도 눈에 띈다. 흑미밥, 현미밥, 귀리렌틸콩밥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이서휴게소 밥맛의 비결은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 것이다. 휴게소 최초로 도정기를 도입해 매일 두 번 도정 작업을 한다. 갓 도정한 쌀은 4kg 단위로 판매도 한다.
명품 메뉴로 속을 든든히 채웠다면 휴게 시설로 눈을 돌려보자. 작지만 알찬 휴식 공간 ‘THE 힐링’에 책, 공기청정기, 안경 세척기, 전자레인지, 안마 의자, 헬스클럽용 벨트 마사지 기구 등이 있다. 급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PC와 복합기를 구비한 쉼터도 만족스럽다. 아기 침대, 정수기와 젖병 살균기, 유아 전용 모드로 설정된 공기청정기, 유아 전용 전자레인지를 갖춘 수유실도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