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작품. 곽경택 , 김태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장지건, 이재욱, 이호정 그리고 메간 폭스가 출연한다.
'친구'부터 최근 '암수살인'까지 믿고 보는 스토리텔러, 곽경택 감독과 '아이리스2' 등으로 비주얼리스트로 불리는 김태훈 감독의 공동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반부터 리얼한 전투신이 등장해 관객들의 혼을 빼 놓는다.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받지 못한 학도병들의 전투 모습과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와어어에 의존한 폭파나 과장된 총격 장면 대신, 특정 전투에서 인상적인 롱테이크 방식을 선택해 전장의 참혹한 풍경을 현실감 있게 전달하려 했다고.
특히 이 영화에는 연출과 함께 각색 작업을 맡은 곽경택 감독의 내공이 담겼다. 충무로의 대표 스토리텔러로서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104분 러닝타임의 특별한 전쟁 영화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이 영화 길지 않다. 절대로 큰 이야기가 아니다.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하면, 학도병들을 태운 배가 작전을 했고 희생을 치렀고 더 큰 희생이 오기 전에 반격했다. 그 가운데 일부가 살아돌아온 이야기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하면서 "이 영화는 작은 영화고, 작지만 단단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스케일이 큰 신은 이야기에 녹아 들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상륙과 터널 전투와 퇴각 뿐이다. 그 와중에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도록 심어야했다. 많은 드라마를 들어냈다. 한 주인공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주인공을 따라가다보니, 드라마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았다.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과감히 편집했다"고 말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이른바 '국뽕' 영화는 아니다. 전쟁 자체보다 인물에 집중한 덕분이다. 혹여나 '오글거림'을 우려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그 걱정을 놓아둬도 될 정도. "반공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곽경택 감독은 "오히려 반전의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다.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보면, 저희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힘으로 독립을 못 했고, 우리 민족의 내란이 일어난 게 아니다. 강대국들의 이데올로기 대리전이다. 그래서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대국들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면 앞으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제작 의도를 전했다.
극중 김명민은 유격대의 리더 이명준 대위 역을 맡았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772명의 학도병들과 함께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되는 리더다. 김명민은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부담이다. 실존 인물이면서 동시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분이다. 처음 만났을 때 막막했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랐다. 사진조차 본 적 없다"고 털어놓으면서 "대본을 통해 이 사람의 심정을 상상했다. 평균 나이 17세 학도병들을 데리고 작전에 투입돼야 하는 리더의 사명감은 어땠을지 생각했다.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려서 돌아와야겠다는 그 생각만 가지고 장사리에 상륙한다"고 밝혔다.
두 감독과 김명민의 호흡이 돋보이기도 한다. 김명민은 "전쟁 영화는 급박하게 촬영이 돌아간다. 리더인 감독님을 따라서 감정 연기를 했다. 화려하고 스페터클한 촬영 기법 같은 것이 없다.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를 쫓아가면서 그들의 안에 내제된 감정과 사연을 그린다"며 "우리는 '컷' 하면 쉴 수 있지만 그 분들은 쉴 수 없었다. 죽기 살기로 6일간 싸웠다. 그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김명민을 필두로 김인권이 류태석 일등 상사를, 곽시양이 박찬년 중위를 연기한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학도병 역할은 최민호, 김성철, 장지건, 이재욱, 이호정 등이 맡았다. 김성철은 "애국심으로 뭔갈 얻어냈다기보다, 촬영 현장 자체에서 주어지는 고통이 있었다. 그것들이 더 현실적인 연기가 된 것 같다. 생존의 마음으로 많이 임했다"고 말했고, 이재욱은 "힉도병들은 다들 장사리에 다녀왔다.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연기를 하다보면, 애국심을 가져야하는 것이 맞겠으나, 치열했던 현장에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김명민은 "사명감이 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있도록 해준 잊혀진 영웅들을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다. 아시고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가 그들의 바람처럼 관객들에게 잊혀진 영웅들의 존재를 널리 이야기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