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코 앞인 직장인 최모(49)씨는 아내와 딸에게 잔소리가 많아졌다. 별일이 아닌 데도 짜증이 나고 지적질하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여기에 부부 관계도 한 달에 한 번 할까말까 할 정도로 뜸해졌다. 최씨는 “요즘 가족들에게 잔소리가 많아진 걸 느낀다"며 "가족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감정이 북받쳐오르고 눈물도 찔끔 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부 관계를 안한 지 꽤 됐다"며 "이게 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니냐"고 했다.
최씨와 같은 증상은 40대 중반부터 50대에 접어드는 중년 남성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대부분 '나이 탓이겠지'라며 대수럽지 않게 생각하지만 남성호르몬이 감소해 발생하는 남성갱년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남성호르몬 줄면 성 기능·고혈압 등 줄줄이 고장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황체형성호르몬(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돼 성호르몬을 조절, 생식세포를 성숙시키는 단백질 호르몬)의 자극으로 고환에서 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다움과 성생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정자의 생성과 성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남성의 성기관인 음경·고환·전립선 등에 작용해 성 기능에 관여한다. 정상적인 발기력 유지에도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문제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20·30대에 정점을 찍은 이후 해마다 감소한다는 것이다. 30대 전후부터 매년 약 1%씩 감소하고, 40대 중반부터 부족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며, 50~70대 남성의 30~50%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정상치를 밑돈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 성욕감퇴·발기부전 등 성 기능과 관련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발기는 음경 내 '해면체'라는 조직에 혈액이 몰려 단단해진 상태를 말한다. 발기부전은 단순히 발기가 안되는 증상에서 그치지 않고, 강직도가 충분하지 않거나 지속적인 발기상태가 유지되지 않아 성관계가 만족스럽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성 기능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과 같은 대사질환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평소 테스토스테론은 지방·탄수화물·단백질 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체지방과 근육량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수치가 떨어지면 근육이 줄어들고 체지방이 증가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 작용도 방해를 받는다.
중년에 남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남성갱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직 여성갱년기에 비해 인식이 부족한 남성갱년기는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남성호르몬이 더욱 저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중노년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남성호르몬 개선엔 민들레복합추출물…혈관 확장엔 은행잎추출물
남성호르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과 호르몬 보충, 동반질환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평소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거나 남성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민들레와 루이보스의 복합추출물인 MR-10과 아연·옥타코사놀·비타민D·마카 등이다.
특히 남성건강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기능성 원료인 MR-10은 세포 내 남성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시켜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40~60대 남성 9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하루 400mg의 MR-10을 4주 동안 섭취한 48명의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과 유리 테스토스테론(활성하는 남성호르몬)의 농도가 각각 14.4%, 22.4% 개선됐다.
아연도 부족한 식습관을 가진 남성에게 6개월간 아연 보충제를 섭취하도록 했더니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 2배 증가했다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있다.
남성호르몬 개선과 함께 혈관 건강을 챙기면 성 기능 저하 및 발기부전에 도움이 된다. 혈관이 좁아져 혈류 속도나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면 발기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혈관 확장 개선이 확인된 기능성 원료로는 은행잎추출물이 꼽힌다. 1999년 김기식 계명대 의과대학 교수가 협심증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은행잎추출물을 섭취한 후 2시간, 1개월이 지난 시점에 모두 혈관 확장 효과가 관찰됐다.
이외에 평소 금연·절주·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남성호르몬 감소를 예방하는 길이다. 고열량 음식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어야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나오는 뱃살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