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실적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갔고,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최저가 가격 전쟁이 벌어지면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이에 최근 배송 서비스 강화와 초저가 상품 등 이커머스의 강점을 벤치마킹한 전략을 내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이마트 2분기 299억 손실…롯데마트도 적자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분기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마트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법인 출범 후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5810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이마트의 실적 부진은 대형마트 등 할인점에서 비롯됐다. 올해 2분기 이마트 할인점부문 매출액은 2조57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손실은 4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 이마트 할인점부문 영업이익은 558억원에 달했다.
롯데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마트 할인점부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조596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3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억원가량 늘었다. 부동산세와 지급수수료, 판관비 등이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2분기는 온·오프라인간 경쟁이 더욱 심화돼 채널간 최저가격 전쟁이 재발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였다"고 말했다.
한때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오던 대형마트들이 줄줄이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는 구조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새벽배송 등 배송서비스를 강화하며 고객 몰이에 성공한 반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대형마트들은 달라진 소비 패턴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6월 유통업종별 매출에 따르면 이베이·쿠팡·위메프 등 온라인판매중개업체들을 포함한 온라인 유통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났다. 반면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오히려 3.9% 감소했다.
생존 위기에 고객 모시기 총력전
실적 부진이 심화되자, 대형마트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보다 더 싼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초저가 판매'라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국민가격(이마트)과 극한가격(롯데마트)을 구호로 내세우고 온라인에 빼앗긴 소비자 되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1년 내내 초저가임을 자처하며 각종 기획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생수와 와인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마트가 상시 특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대표 상품으로 4900원 와인을 내세우자, 롯데마트는 1.5ℓ 매그넘 사이즈 와인을 7900원에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롯데마트는 또 이마트가 자체브랜드(PB) 생수 2ℓ짜리 6병을 1880원에 내놓자, 자사 PB 생수 2ℓ짜리 6개 묶음을 1650원에 선보였다.
초저가 경쟁에 더해 대형마트들은 실적 부진 점포 축소와 온라인사업 강화 등 나름의 자구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 수익성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 대형마트 대신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등 전문점 출점을 확대한다. 또 쓱(SSG)닷컴 새벽배송 확대를 통해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도 실시한다.
롯데마트는 매장 수익 개선과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품군을 최적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신선식품 등 핵심 카테고리 상품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비효율 매장을 온라인 물류 거점으로 전환해 당일배송 100%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자구책에도 어두운 전망
업체마다 불황 타개 및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실적을 반전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벽배송 등 물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으며, 1인 가구가 갈수록 확대돼 편의점 등에게도 시장 파이를 빼앗길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경기 둔화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 분야이자, 온라인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태"라며 "또 최근 물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많은 고정비 투자가 필요한 만큼 단기간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 모집'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수익성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하반기에도 경쟁 심화로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할인점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걸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등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대규모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 보고서를 내고 "과거 대형마트가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이 생존을 걱정하던 시절의 규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규제가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