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영웅들을 스크린으로 불러 들였다. 단순한 역사 재구성을 넘어 역사를 각인시키기 위해 온 마음을 다했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곽경택·김태훈 감독)'이 25일 문화의 날 공식 개봉,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들에 월등히 앞선 예매율로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었던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됐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전쟁 실화다.
1950년 6.25 전쟁이 시작된 후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나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던 국군은 위태로운 전쟁의 판도를 뒤집고자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장사상륙작전은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변에서 북한군의 이목을 돌리며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펼쳐진 기밀 작전이다. 작전에 참여한 인원의 대부분은 약 2주간의 짧은 훈련기간을 거친 772명의 어린 학생들이었고, 이들의 평균 나이는 단 17세에 불과했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낡은 장총과 부족한 탄약, 최소한의 식량만을 보급받은 학도병과 기간병들은 문산호를 타고 장사리 해변에 상륙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다. 상륙 당시 태풍을 만나 배가 좌초되는 등 여러 차례 이어진 난관과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작전에 임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고, 이후 이어진 서울탈환작전을 통해 마침내 9월 28일 서울 수복을 맞이할 수 있었다. 기밀에 부쳐진 탓에 기억하는 이가 드문 장사상륙작전의 그 날이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로 스크린에 되살아나기까지 무려 69년의 시간이 걸렸다.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 캐스팅으로 먼저 주목 받았던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진짜 주인공은 영화의 타이틀 롤, '잊혀진 영웅들'이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찾으려 해도 남아있는 자료와 정보가 없어 더 큰 아쉬움을 남겼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후손 즉 관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흡사 전쟁터 같은 촬영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열연을 펼쳤다.
이번 영화에서 김명민은 유격대의 리더이자 출중한 리더십으로 학도병들을 이끄는 이명준 대위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김인권은 위험의 순간에 늘 앞장서는 일등 상사 류태석으로 분했으며, 곽시양은 학도병들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찬년 중위로 열연했다. 메간 폭스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종군기자 매기로 분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역사를 뒤바꾼 학도병으로 똘똘 뭉친 충무로 신예 배우들은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진짜 주인공이다. 위기 때마다 솔선수범하는 학도병 분대장 최성필 최민호, 에이스 학도병 기하륜 김성철, 책임감 강한 학도병 국만득 장지건, 포수의 아들로 사격에 능한 학도병 이개태 이재욱, 가족을 위해 입대한 문종녀 이호정이 그날의 전쟁 영웅으로 함께 했다.
곽경택 감독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당시의 꽃다운 청춘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영화를 연출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유와 행복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진심을 표했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의 한 순간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로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뜨거운 울림과 깊은 감동을 전할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 관객들은 어떤 첫 반응을 남길지 주목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