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쉐보레 픽업 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를 잇따라 국내에 들려왔다. 국내에서 조립하는 형태가 아니라 완제품을 들여와 ‘수입차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 가입도 이미 마쳤다. 한국GM이 잇단 수입차 투입으로 그동안 부진을 털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출발해 강원도 속초 롯데리조트까지 약 200㎞ 구간에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몰아봤다.
거대한 차체에 부드러운 주행감 '트래버스'
트래버스는 외관에서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장 5200㎜, 전폭 2000㎜, 전고 1785㎜, 휠베이스 3073㎜으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시중에 판매 중인 대형 SUV들을 앞선다. 지난 5일 출시된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의 차체는 전장 4930㎜, 전폭 1920㎜, 전고 1790㎜, 휠베이스 2895㎜이며, 지난해 말 출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전장 4980㎜, 전폭 1975㎜, 전고 1750㎜, 휠베이스 2900㎜ 크기의 차체를 갖추고 있다.
차체가 큰 만큼 넉넉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미니밴을 연상시킬 만큼 넓다. 독립식 캡틴 시트(의자 옆에 손잡이가 장착된 형태)가 자리한 2열은 머리 위 공간(헤드 룸)은 물론 무릎 공간(레그 룸) 모두 여유가 있었다. 특히 시트 사이의 공간도 넉넉하고 바닥을 평평하게 설계해 보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또 1열은 물론 2열에도 선루프가 설치돼 있고 창문 크기도 넉넉해 개방감도 좋다.
트래버스는 6기통 3.6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사용해 대형 SUV 특유의 안정감은 물론 민첩한 주행 성능을 뽐냈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m의 힘은 중량 2.1톤에 달하는 거구를 이끄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저속으로 시내를 달릴 때 전달되는 정숙성과 높은 차체를 통해 운전석에서 확보되는 넓은 시야각은 큰 차를 운전할 때 생기는 불안감을 없애줬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도 안정감을 유지했다. V6 직분사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력으로 초반 가속에도 막힘이 없었으며, 고속에서 차선을 바꾸거나 커브길에 들어설 때도 쏠림 현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험로에서도의 주행력도 인상적이었다. 시승 당시 비가 내려 산길이 진흙으로 변해 미끄러웠고 곳곳에 물웅덩이가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주행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꾸면 문제없었다. 비가 내리는 좁은 산길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급한 오르막길에서도 뒤로 밀리는 느낌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연비 역시 차급 대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공인 복합연비는 8.3km/ℓ로 실 주행시에도 비슷한 수준인데 체격에 비해선 용인할 만한 수준이다.
가격도 매력적이다. 4520만원부터 시작한다. 최고급 사양은 5324만원이다. 미국 유사 트림 대비 500만~1000만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물론 3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생산해 들어오는 수입차다. 최근 사전계약을 시작한 미국 포드 익스플로러의 가격이 599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트래버스의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이다.
투박한 정통 픽업트럭 '콜로라도'
콜로라도는 외관에서 그야말로 '미국차'의 정제성이 느껴졌다. 굵은 프런트 그릴과 크롬 라인에 전면부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쉐보레 앰블럼이 어우러져 단단하고 강인한 이미지가 연출됐다. 실내서도 투박한듯 단순한 디자인이 이어진다. 플라스틱 내장재가 많이 쓰여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이 든다. 중앙 디스플레이 역시 잡다한 기능을 빼 단조롭다. 오로지 실용성에만 집중한 티가 난다.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 성능은 생각보다 좋다. 최고출력 312마력에 최대토크 38kg·m의 성능을 내는 3.6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일반 도로에서 무적이다. 국내 경쟁 모델보다 약 130마력가량 강력한 힘을 내는 만큼 가속페달에 힘을 준만큼 속도를 낸다.
가솔린 엔진을 달아 정숙성은 덤이다. 험로도 힘자랑하면서도 조용히 처리했다. 시트마저 푹신해 승차감도 좋다.
4000만원 전후의 가격대(3855만~4265만원)도 이 차가 수입차임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됐던 픽업트럭인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대비 10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수입차면서도 국산차와 동일한 수준의 A/S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화물차로 분류돼 자동차세도 2만8500원이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최상위 트림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 사양인 앞좌석 통풍시트가 없다. 전동시트도 등받이는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요즘은 소형차에도 빠짐없이 들어가는 기능이 4000만원대 고가 차량인 콜로라도에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