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발표된 2019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고우석(21·LG), 문경찬(27·KIA), 하재훈(29·SK)이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세 선수는 올 시즌 자신의 커리어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대체 요원이었다. 그러나 뛰어난 구위와 배포를 보여주며 고정 클로저 부재에 시달리던 소속팀에 단비가 됐다. 경쟁력을 인정 받았고, 국제 대회에서 자신의 구위를 시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2013시즌까지는 오승환(37·삼성)과 손승락(37·롯데) 그리고 봉중근(39·은퇴) 해설위원이 KBO 리그 대표 트로이카를 구성했다. 오승환이 해외 진출하며 공백이 생긴 한 자리는 국내 무대로 복귀한 임창용(43·은퇴)이 메웠다. 최근 세 시즌(2017~2019년)은 정우람(35)이 가장 많은 세이브(87개)를 올렸다. 손승락은 올 시즌까지 꾸준히 세이브를 쌓으며 오승환이 남긴 현역 최다 기록(277개)에 다가섰다.
김세현, 임정우, 정찬헌 등 당해 좋은 컨디션을 앞세워 세이브 부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투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마무리투수는 대체로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트로이카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9시즌에는 하재훈이 36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고, 고우석이 1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문경찬은 5위(24개)에 이름을 올렸다.
하재훈과 고우석은 리그 대표 타자들도 허를 내두를만큼 뛰어난 묵직한 구위를 뽐낸다. 문경찬은 평균 구속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 71.1%에 달하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증명한다. 세 투수 모두 경험에 비해 배포도 뛰어다나는 평가를 받는다.
일시적인 선전으로 여겨졌다면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등판해 경험까지 쌓으면 더 좋은 마무리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비로소 리그와 대표팀 뒷문에 진짜 세대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는 이미 대표팀 경험이 있는 파이어볼러 조상우(25·키움)와 좌완 함덕주(24·두산)도 선발 됐다. 리그에서는 두산의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우완 이형범(25)이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양의지(NC)의 FA(프리에이전트) 보상 선수로 이적한 뒤 잠재력을 발휘한 투수다. 새 시대에 주역이 될 수 있는 후보가 많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는 베테랑과 신성 마무리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손승락은 0-1으로 뒤진 8회말 수비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구 난조로 1점을 내줬다. 반면 2-0에서 등판한 고우석은 실점 없이 1이닝을 막아내며 세이브를 챙겼다. 세대교체의 신호탄같은 경기였다.
기존 베테랑 투수와의 존재는 다음 세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경쟁은 자양분이다. 경험이 풍부한 원종현(32·NC)과 오주원(34·키움)은 정통 마무리투수가 아니지만 올 시즌 그 역할을 해냈다. 2020시즌에도 전천후 불펜투수가 구원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손승락도 여전히 1군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 오승환도 다음 시즌에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