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부산시 우동 롯데시네마 센텀에서 '강변호텔'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불참했다. 권해효, 송선미, 기주봉, 신석호가 빈 자리를 채웠다.
영화의 설정 혹은 숨겨진 의미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으나 참석 배우들은 "저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홍상수 감독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
또한, 송선미는 "대본이 그때그때 나온다.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지, 연기를 하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우리의 연기가 저런 영화로 만들어졌구나'라고 생각한다. 답변을 잘 드리기 어렵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홍상수 감독 못지않은 해석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특히 권해효는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를 들으면 민망하다. 우리 말이 그런 것 같다.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을 일상에서 잘 안 쓰지 않나"라며 "홍상수 감독 영화에 이런 말이 참 많이 나온다. 촬영 당시 홍 감독이 저에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묘한 불편함, 생경함이 영화 속에서 긴장을 만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또 권해효는 "홍 감독 영화 속 대사는 영어로 번역했을 때 일상적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봐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 권해효가 떠올린 홍 감독의 촬영 현장은 완벽에 가깝다고. 이에 대해 "홍상수 감독의 촬영장에서 촬영된 신들이 23편 모두 애드리브가 껴있는 순간은 1분이 안 된다. 모든 것이 완벽히 조율돼 있다. 적어도 제가 했던 5편의 영화 속에서 애드리브는 1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렵다. 흔히 말하듯, 아침에 준 대본을 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홍 감독의 완벽한 리듬에 맞추는 것이 (어렵다)"며 "10번의 테이크 가운데 어느 것이 OK 컷인지 알기 어렵다. 홍 감독의 영화 속에서, 홍 감독이 생각하는 리듬이나 긴장이 저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관객은 배우들에게 "'강변호텔'이 홍상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기주봉은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자신이 모든 인물에 포함된다고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강변호텔'은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장편 영화다. 스페인에서 열린 제56회 히혼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고, 스위스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기주봉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