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같은 꿈을 꿔왔다. 2000년대 들어 더 간절해진 '농구의 꿈'은 농구 인기의 부활이다. 그 옛날 농구대잔치 시절만큼은 아니라도,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며 자존심을 지켰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우려와 기대감 속에서 뚜껑을 연 2019~2020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의 시작은 일단 성공적이다. 5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54경기, 총 270경기의 대장정을 시작한 첫날. 전창진 감독의 복귀전이 치러진 전주실내체육관은 수용 인원 4000명을 훌쩍 넘어 4105명이 찾아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울산 동천체육관도 4647명이 찾았고, 창원실내체육관(5235명) 고양체육관(3629명)도 팬들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개막일에 기록한 경기당 평균 관중은 4404명. 지난 시즌 개막일 3경기서 기록한 평균 관중 4270명보다 조금 더 늘어난 숫자다. 5경기가 동시에 개최됐던 2015~2016시즌 당시 4648명 이후 4년 만(2016~2017시즌 4006명·2017~2018시즌 4283명)의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소폭이긴 해도 개막일 당일 관중이 증가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개막일 당일 치러진 4경기는 모두 치열한 명승부로 펼쳐졌다. 4경기 모두 점수차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고 7점 차로 승부를 낸 현대모비스-전자랜드 경기를 제외하면 전주 KCC-서울SK(99-96) 고양 오리온-안양 KGC인삼공사(71-73) 창원 LG-서울 삼성(82-83) 세 경기는 1~3점차 살얼음판 승부로 관중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끝에 새로운 기록도 하나 썼다. KCC-SK, LG-삼성이 4쿼터까지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을 치르면서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초로 개막일에 연장전을 두 경기나 치른 시즌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제까지 시즌 개막일에 연장전을 치른 건 2003~2004시즌, 2004~2005시즌 두 번 뿐이며 그나마도 각각 한 경기씩이었다. 15년 만에 개막일부터 연장 승부가 펼쳐지면서 경기 종료 0.01초 전까지 방심할 수 없는 농구의 재미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올 시즌 막강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현대모비스와 서울 SK가 나란히 의외의 일격을 당하면서 이변이 연출된 것도 흥미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현대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 라이벌이었던 전자랜드에 일격을 당했고, SK는 전창진 감독의 복귀전 승리 제물이 됐다. KGC인삼공사와 삼성은 지난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오리온과 LG를 상대로 각각 첫 승을 수확하며 올 시즌 달라진 양상을 예고했다.
흥미진진한 첫날의 열기가 남긴 가능성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가느냐는 KBL의 과제다. 소위 말하는 '개막 효과'를 넘어 이 열기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게 하려면 재미있는 경기와 다채로운 팬 서비스가 어우러져야 한다. 일단 개막 이틀 째인 6일, 원주 DB와 KCC의 경기가 열리는 원주종합체육관도 전석 매진(4100명) 소식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