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논란이 국정감사 주요 안건으로 올라왔다. 프로그램 종영 3개월여만에 시청자 항의로 제기된 조작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팝 시장의 글로벌화 속에 "국가 신용까지 이어지는 것이므로 잘 살펴주길 바란다"며 한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봤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사무소·방송통신심의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 국정감사에서 "투표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의혹이 있었던 걸로 안다. 데이터만 보더라도 투표조작 의혹이 충분히 된다. '프로듀스' 뿐 아니라 시청자 투표로 진행되는 유사 프로그램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전수조사까지 하라"고 제안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필요하다면 자료를 요청하고, 적절한 조치와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라고 답했다.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방송심의소위원회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14조(객관성)을 적용해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결정한 바 있다"면서 "의도성이 있다면 중징계 대상이다. 수사결과를 포함해 심의를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투표수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담당 PD 등 제작진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7월 19일 생방송 파이널 경연에서 데뷔가 유력했던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연습생 20인의 득표수가 특정 숫자의 배수로 풀이된다는 조작 의혹이 제기된 이후 CJ ENM 사무실과 소속사 세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진행해왔다. 수사는 '프로듀스' 전 시리즈로 확대됐고, Mnet의 또 다른 아이돌 오디션 '아이돌학교'도 비슷한 조작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MBC는 "방송분량을 많이 확보받거나 합격이 내정됐던 일명 '피디픽'이 실제로 존재했다. 경연곡을 미리 알고 있는 연습생도 있었고, 섭외를 받은 연습생의 경우 오디션 절차 없이 방송에 출연했다"고 보도했다. 이 의원은 "'프로듀스' 사태로 방송계에서는 쉬쉬했던 것이 터졌고 비슷한 프로그램에서도 조작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이돌 지망생이 많은데 합격자 순위가 조작됐으면 채용비리나 취업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 왔으나 '프로듀스' 시리즈처럼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고 제작진이 입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청자들이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했을 때 CJ ENM이 사안을 가볍게 보고 안일하게 대처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프로그램 내부의 문제로 보이진 않았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자만을 찾았던 초기 대응이 아쉽다. K팝 시장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조작 의혹을 투자 악재로 봤다. 엑스원이 데뷔할 무렵만 해도 CJ ENM 주가가 오르는 등 낙관적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반등을 못 하고 있다"며 투표조작 의혹 해소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음악 부문은 의혹만 해소된다면 내년부터 빛날 것"이라며 "엑스원의 투어 시작과 4분기 일본 투어로만 6만 명을 모객한 아이즈원, 지난달 시작한 '프로듀스 재팬', 빅히트와의 합작사 빌리프랩 등이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는 "Mnet 전반적으로 신뢰가 하락했다. 지난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새 오디션인 '월드클래스'가 부정적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청자 일동을 대리해 소송을 담당 중인 법무법인 마스트의 김종휘 변호사는 "방송사와 소속사의 유착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소장에도 명시했다. 단순하게 '조작이 있었다'는 결론으로 사건이 끝나진 않을까 우려했다"면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