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주년 해,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영화 황금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비상의 날개짓을 퍼덕였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BIFF)가 지난 3일 개막, 어느 덧 반환점을 돌았다. 관심이 집중되는 영화제 초반 수 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부산으로 발걸음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한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부국제의 시그니처 무대였던 해운대 비프빌리지를 과감하게 버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본격적인 '영화의 전당' 시대를 열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도전적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다. 부국제의 명성을 완벽하게 되찾을 날이 머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초반 예민한 시선을 모았던 태풍도 영화제가 시작되자마자 말끔하게 부산을 지나쳤다. 맑다 못해 한여름처럼 더운 날씨 속 논란과 사고도 없었다. '무결점 클린 부국제'가 현실화 될 전망. 대부분의 영화들이 기분좋은 매진 사태를 맞으면서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오로지 '영화'로 소통했다. 흥행작부터 부국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들까지 국적 불문, 장르 불문 모든 영화들이 사랑 받았다.
개막식부터 총출동한 스타들은 오픈토크, 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GV) 등을 통해 영화제 곳곳을 누비며 관객들과 만났다. 또한 해외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 단순한 관심이 아닌 직접적인 참여 방식으로 변화되고 발전된 세계적 분위기를 확인케 했다. 완벽한 전성기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는 부국제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24회 부국제는 6개 극장 37개 스크린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초청작 299편(85개국),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45편(장·단편 합산 월드프리미어 11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리사 타케바 감독)이, 폐막작은 한국 영화 '윤희에게'(임대형 감독)가 선정됐다.
센스만점 부신 홀린 말.말.말.
"임윤아, 한 마리의 임팔라"
'엑시트' 오픈토크에서 조정석이 파트너 임윤아를 표현한 한마디. 조정석은 "임윤아와 촬영하며 깜짝 놀랐다. '한 마리의 임팔라' 마냥 엄청 잘 뛰더라. '운동신경이 이러게 좋은 친구였나' 싶었다. 믿었고, 의지했다"고 전했다.
"오션뷰 받았습니다"
1620만의 위력은 대단했다. '극한직업' 오픈토크에 참석한 이병헌 감독은 "내 작품으로 부국제에 온 것은 세 번째다. 근데 이번에 처음으로 호텔이 오션뷰더라. '좀 달라졌나?' 생각했다. 즐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멜로가 체질이 아닌가봐요"
이하늬는 배신감을 느꼈고, 진선규는 멜로가 체질이 아니었다. '극한직업' 이하늬와 진선규는 이병헌 감독과의 인연으로 그의 차기작 '멜로가 체질'에 연인으로 특별출연했다. 이하늬는 "우리 현장과 달리 너무 열정적인 감독님의 모습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껴졌다"고 말해 이병헌 감독을 당황케 했고, 진선규는 "생전 처음 해보는 멜로 대사들이 입에 잘 안 붙었다. 난 멜로가 체질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센스 넘치는 입담을 뽐냈다.
"이 시대 얼굴"
이준혁에게는 이주영이, 데이비드 엉거 대표에게는 이하늬가 '이 시대의 얼굴' 이었다. '야구소녀'에서 이주영과 함께 호흡맞춘 이준혁은 "난 이주영의 얼굴이 지금 시대의 얼굴이라 생각한다. 뭘 하든 트렌드처럼 맞는다. 소속사에도 내가 추천해 한솥밥을 먹게 됐다"고 깜짝 고백했다. 데이비드 엉거 대표는 글로벌 협업을 앞두고 있는 이하늬에 대해 "이하늬는 현대의 한국 여배우 얼굴인 것 같다. 굉장히 아름답고 스마트하면서 글로벌한 열정도 갖고 있다. 이하늬의 강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눈물 펑 터졌다"
시나리오를 보며서 눈물을 쏟아냈고, 그렇게 선택한 작품으로 부국제를 찾게 된 배우들도 있다. '버티고 유태오는 "원래 시나리오를 보면서 잘 우는 편이 아닌데, 내 장면도 아닌 신에서 눈물이 펑 터졌다"고 밝혔고, '야구소녀' 염혜란 역시 "처음엔 안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시나리오를 넘기면 넘길 수록 내가 질질 울고 있더라. 마음을 움직였다"고 진심을 표했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지 않아서"
아름다운 전도연의 겸손함이다. 전도연은 필모그래피를 되짚어 본 오픈토크에서 히트작 '접속'을 회상하며 "'접속'에 캐스팅 됐을 때 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며 웃더니 "당시엔 검증되지 않은 배우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여배우들 일류 되길…지켜보고 있을게"
대선배 김지미의 응원이다. '인간 김지미' 오픈토크 자리에서 김지미는 "모든 여배우들에게 일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남자 여자 구분이 안 생긴다. 모든 남성을 넘어 여성이 우수할 수 있다. 자긍심을 갖고 연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먼발치에서 열심히 지켜보고 있겠다"고 격려했다.
"영화의 힘 믿는다"
한일관계 악화 속 부국제를 방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힘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2년만에 부국제를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현 한일관계에 대한 예민한 질문을 피하지 않으며 "부국제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증명했다. 나를 비롯해 영화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와있는 이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