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빈(23)은 장정석 키움 감독이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다. 시즌 막판까지 핫코너를 맡아줄 적임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웅빈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롯데와의 정규시즌 최종 시리즈에서 두 경기 연속 결승타를 치며 좋은 기운을 얻었다. 장 감독은 준PO 1차전 선발 3루수로 김웅빈을 낙점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타석이던 2회는 무사 1루에서 침착한 희생번트로 작전을 수행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호투하던 상대 선발투수 타일러 윌슨을 상대로 키움의 첫 장타를 생산했다. 커브를 공략해 좌전 2루타로 연결시켰다. 수비도 무난했다. 2차전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승부가 결정난 연장 10회말 작전 수행을 잘 했다.
단기전은 변수 싸움이다. 유독 좋은 기운을 발산하며 시리즈 판도를 좌우하는 선수가 나온다. 김웅빈은 기대치가 높은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그의 활약은 더그아웃에 더 큰 활력를 불어 넣는다.
김웅빈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LG 3루수 김민성(31)도 함께 주목받았다. 그가 지난 시즌까지 키움의 주전 3루수를 맡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포스트시즌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나서게 됐다. 준PO 1차전에서는 좋은 수비로 박수를 받았다. 4회말 1사 2·3루 위기에서 키움 타자 이지영이 까다로운 타구를 좌측으로지 보냈지만 숏바운드로 잡아서 주자를 묶은 뒤 정확한 1루 송구를 했다. 2차전에서는 테이블세터(2번 타자)로 포진돼 선취점 발판을 놓는 2루타, 밀어내기 볼넷 타점을 기록했다.
다른 내야수들의 대결도 관심이 모인다. 일단 LG 키스톤콤비 정주현(29·2루수)과 구본혁(22·유격수)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 1차전에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했다. 정주현은 1차전 1회말 무사 1루에서 이정후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2루 송구로 선행 주자를 아웃시켰다. 경기 초반 제구가 흔들리던 선발투수 윌슨을 도왔다. 이후에도 강습 타구, 불규칙 바운드를 무난히 처리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기회를 얻은 구본혁도 류중일 감독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증명했다. 준PO 1차전 3회는 무사 1루에서 김하성의 까다로운 타구를 잡아 직접 2루를 밟은 뒤 정확한 1루 송구로 이닝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6회말 2사 1루에서도 몸을 정면으로 이동해 김웅빈 원바운드 강습 타구를 막아낸 뒤 2루 송구를 성공시켰다. 첫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긴장감을 잘 다스렸다.
키움의 키스톤콤비도 뒤지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이 경계 대상 1순위로 꼽은 김하성은 1차전부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리그 최고의 유격수다운 플레이였다. 2차전에도 역전극 시발점인 10회 선두타자 안타를 쳤다.
2루수 김혜성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실책 4개를 범했다. 그러나 그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올해 준PO 1, 2차전은 안정감이 있었다. 하위 타선에서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주루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2차전에서는 멀티히트도 기록했다.
박병호(33·키움)와 김현수(31·LG)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두 선수는 4번 타자 겸 1루수다. 소속팀 간판 타자이기도 하다.
박병호가 1차전에서 끝내기포를 쏘아올리며 기선을 제압하자, 김현수는 2차전에서 1회초 선취점 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팀이 1-4로 끌려가던 8회 투런포를 치며 역전 발판을 마련했다. 아직까지는 김현수의 분전이 요구되는 상황. LG가 벼랑 끝에 몰린 3차전도 두 타자의 경쟁에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