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시완은 성공한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 중 하나다. 2010년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후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영화 '변호인(2013)과 드라마 '미생'(2014)이 연달아 큰 성공을 거두며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전역 후 복귀작인 OCN 토일극 '타인은 지옥이다' 역시 쉽게, 편하게 가려는 생각보다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고시원에서 수상한 타인들을 만나 미쳐가는 작가 지망생 윤종우를 맡은 임시완의 변신은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냈다. 평범해 보이지만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윤종우의 복잡미묘한 심리와 광기를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하얀 피부에 날렵한 턱선, 맑은 눈동자를 가진 꽃미남의 대명사이지만 그런 미모가 이번 작품에선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꽃미남 임시완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평이 많았다. "주변에서도 많이 한 말이다. 메이크업하는 스태프도 뜬금없이 '어쩜 연기를 그렇게 잘해?'라고 하기도하고."
-스스로도 여태껏 못 봤던 얼굴을 본 경험이 있는지. "나도 모르는 새로운 표정과 연기를 보는 게 내 연기의 지향점이다. 이번에 나도 몰랐던 연기 스타일을 발견했다. 무서운 신이나 극적인 신 말고 일상적인 신을 평상시에 말하듯이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됐다."
-지금까지는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엔 메인 주연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혼자 비중이 월등히 크긴 했다. 그런 평가가 있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장르 때문에 연기를 잘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르가 보통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기가 더 좋아 보이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팬들은 멜로를 기다리는데 멜로를 기피하는 건지.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멜로나 특정 장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대본을 봤을 때 좋은 느낌이 오는 걸 결정한다. 그런데 선택하고 보면 멜로가 아닌 다른 장르더라. 진한 멜로도 하고 싶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은 지웠지만, 아직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는 건 아닐까. "연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스스로를 옥죄는 접근 방식이다. 그것보다는 어떤 작품이 나랑 맞는지, 내가 어떤 작품을 잘할 수 있는지, 이 작품에 내가 잘 녹아들 수 있는지 더 많이 생각한다."
-개인적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혼자 있을 땐 운동을 많이 한다. 수영, 필라테스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편협한 사고이지만, 배우로서 몸을 만드는 건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군대에서의 미션 중 하나가 몸만들기였다. 사실은 스포츠는 좋지만 운동은 너무 싫다.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할 때마다 '도대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어야 하나'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 버티기 힘든 고통이다."
-그렇게 힘들면 안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기본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한다. 어쩔 수 없이 직업이니까. 운동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만들어진 몸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 뿌듯함보다 고통이 더 크다. 직업이 아니었다면 안 했을 거다. 다행인 건 내가 몸이 좋아야 하는 배우는 아니란 거다. 몸이 좋을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는 게 천만다행이다."
-군대에서 또 다른 목표를 세운 게 있다면. "외국어였다. 군대에 있으니 일을 할 때보다 개인적인 시간이 많았다. 그때부터 영어 공부를 틈틈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영어 공부는 해외 진출을 위한 것인지. "외국어와 몸만들기는 연기의 지향점과 맞닿아있다. 할리우드 진출이 아니라 연기를 즐기기 위해서다. 연기를 즐기기 위해선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해외여행이다. 작품을 끝내고 여행을 가야지, 운동을 이만큼 했으니 여행 가서 이 정도는 먹을 수 있겠지. 만일 할리우드 진출을 목표로 영어를 배우면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어떤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지금에 충실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