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OVO 제공 두 번째 대체 선수가 우리카드의 시즌 첫 승을 견인했다. 펠리페 안톤 반데로(31)가 데뷔전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카드는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남자부 V-리그 삼성화재와의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4, 25-17,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큰 전력 차이를 보여줬다. 그 중심에 펠리페가 있었다. 두 팀 선수 가운데 최다인 23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57.14%)도 높았다.
경기 전부터 우리카드의 낙승이 예상됐다. 삼성화재가 정상 전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인 선수 안드레스 산탄젤로는 연습경기 도중 오른 발목을 다친 탓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리시브가 좋은 송희채는 폐렴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주포 박철우에게 세트가 집중되는 단조로운 공격이 불가피했다. 서브 리시브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카드는 승패보다 주전 세터 노재욱과 펠리페의 팀워크 향상이 더 중요했다. 펠리페는 높은 타점에서 체공 시간을 활용하는 공격에 능하다. 세터는 빠르면서도 공격수의 구미에 맞는 세트를 해야 했다.
실제로 1세트 초반에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노력이 엿보였다. 득점이 성공했을 때도 노재욱은 완벽하지 않은 타이밍에 보낸 세트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 펠리페는 눈을 찡긋하며 화답했다.
점차 호쾌한 공격이 많아졌다. 우리카드가 21-12로 앞선 상황에서는 삼성화재 박철우의 공격을 펠리페가 디그한 뒤 노재욱이 정확한 토스를 백어택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20점 대 이후에는 그의 독무대였다. 불정확한 세트에도 상대 블로커 라인을 뚫어내는 스파이크를 해냈다. 1세트 마지막 득점은 팀 플레이가 돋보이는 시간차 공격으로 성공시켰다. 1세트에만 10득점.
2세트도 5점을 추가했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스파이크뿐 아니라 코트 빈 위치에 찔러 넣는 연타 공격도 선보였다. 2세트까지 공격 성공률은 54.54%, 범실은 2개에 불과했다. 펠리페 덕분에 다른 윙스파이커 나경복과 황경민은 견제를 피해 득점을 쌓아갈 수 있었다.
펠리페는 1, 2세트보다 접전 승부가 이어진 3세트에는 좋은 수비도 보여줬다. 삼성화재 지태환의 블로킹이 빈 위치에 향하자 다리를 뻗어 공이 네트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냈다. 삼성화재의 추격이 거셌던 세트 후반에는 블로킹 어시스트를 해내며 다시 달아나는데 기여했다. 집중력이 매우 좋았다.
우리카드는 3세트도 20점 고지에 먼저 올랐고, 무난히 리드를 지켜내며 무난히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펠리페는 어렵게 한국 무대를 다시 밟았다. 우리카드는 원래 지난 시즌에 소속 외인으로 뛰며 봄 배구 진출을 이끈 리버맨 아가메즈와 다시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의 허리 디스크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대체 선수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영입했다. 그러나 훈련 과정에서 '한국형' 외인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펠리페를 선택했다.
펠리페는 2017~2018시즌은 한국전력, 지난 시즌은 KB손해보험에서 뛰었다. 모두 득점 부문 5걸 안에 이름을 올렸고, 라운드 MVP도 두 차례 차지했다. 그러나 소속팀과의 재계약은 실패했다. 더 나은 외인에 대한 갈증을 줬다. 경기 기복도 있었다.
올 시즌은 V-리그 롱런을 위해 중요한 시즌이다. 우리카드도 외인 선수의 비중이 높다. 서로에 윈윈이 될 수 있는 상황. 첫 경기에서는 기대감을 높이는 경기력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