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일거수 일투족, 봉준호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미국 영화 팬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11일 북미 지역에서 공식 개봉한 가운데, 맨해튼에서는 일찌감치 전 타임 매진, '솔드아웃' 카드가 걸려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10월 북미 상영 레이스는 '오스카 레이스'와 직결되는 만큼 '기생충'의 행보는 내년 2월 치러질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 후보 노미네이트와 결과에 대한 관심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생충' 북미 배급을 담당하는 네온의 팀 퀸 회장 역시 지난달 개최된 텔룰라이드 영화제에서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리는데 힘을 쏟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은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를 진행, 아카데미시상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생충'은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부터 해외 매체들에 의한 '아카데미시상식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국내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오스카 레이스'를 상세하게 언급하며 "아카데미는 어쨌든 미국 내 시상식 아니냐. 현지 배급사의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다. 후보에 오르면 좋겠지만, 영화 팬들은 오스카 시즌 자체를 축제처럼 즐기는 것 같더라. 그 레이스를 함께 달리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을 것 같다"고 표현한 바 있다.
'미국 시상식'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봉준호 감독의 생각은 미국 매체 인터뷰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가 지난 20년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입후보 되지 않았던 것이 확실히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큰 문제거나 별일은 아니다"며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닌 '로컬'(지역) 시상식이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1929년 출범한 아카데미시상식은 현재까지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영화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아카데미시상식 역시 세계적인 시상식처럼 비춰졌던 것도 사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대수롭지 않게' 아카데미시상식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꼬집었고, 해당 발언은 미국 내 수 많은 네티즌들에게도 환호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알고 있었는데 뒤통수 맞은 이 느낌은 뭐지' '더도 없고 덜도 없이 그냥 딱 팩트, 사실이다. 이래서 봉준호 감독을 좋아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이미 '로컬'을 뛰어 넘었다. 오스카보다 전 세계적인 작품' '봉준호 감독의 가치관과 평정심에 다시 한번 놀랐다' '로컬 눈이 어디 달렸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찬스다' 등 의견을 쏟아냈다.
'기생충'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 이후 각종 해외 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으며 일명 '영화제 투어'와 함께 관객상을 싹쓸이 하고 있다. 북미 개봉을 앞두고 57회 뉴욕영화제에 초청되면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개봉 전 프로모션 일정을 소화하기도 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