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묻고 더블로 가!"가 울려 퍼졌다. 영화 '타짜' 곽철용이 다시 붐을 일으키며 전성기를 맞이한 김응수의 팬서비스였다. "곽철용 열풍이 '미쓰리'에 힘을 줄 줄 알았는데 못 미치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며 곽철용 열풍을 드라마와 연결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 밝힌 김응수. 그의 바람대로 '청일전자 미쓰리' 시청률이 더블로 수직 상승할 수 있을까. 눈앞에 보이는 사이다보다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tvN 수목극 '청일전자 미쓰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혜리·김상경·엄현경·차서원·김응수·백지원·이화룡·현봉식·김도연·김기남·박경혜·이초아와 한동화 PD가 참석했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미쓰리'라 불리던 존재감 없는 말단 경리 이혜리(이선심)가 망하기 일보 직전의 청일전자 대표이사가 되면서 오갈 데 없는 오합지졸 직원들과 고군분투하는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대기업 하청업체의 뼈아픈 현실에 평범하고 친숙한 소시민들의 진짜 이야기로 따뜻한 웃음을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이혜리는 스펙 없고 선심만 있는 짠 내 나는 청춘 이선심으로 '찰떡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이다. '응답하라 1988' 이후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후한 평가도 많다. 이혜리는 "제가 어떻게 제 점수를 매기겠느냐"고 웃으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방송을 보고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좋은 기사를 많이 써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점수를 매긴다기보다 끝까지 기대해주고 호응해준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좋은 캐릭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늘 품 안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기분이 뭔지 알 것만 같은 고난과 시련이 많은 인물이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버티고 이겨내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힘을 내면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느끼게 되는 드라마다"며 "아무래도 감독님, 김상경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김상경이 칭찬을 많이 해주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많은 말씀을 해줘서 도움을 받으며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경은 "그 전에 이혜리가 출연한 작품을 전혀 못 봤다. 객관적으로 우리 작품에서 선심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를 보고 있다. 이혜리가 하는 이선심만큼 다른 배우가 한다는 걸 생각할 수 없다. 잘해나가고 있고 역할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다만 기대한 것보다 이혜리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고, 최근 회차에서는 김상경(유진욱 부장)의 퇴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느린 전개가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2% 후반에서 3% 초반을 오가고 있다.
한동화 PD는 "사건보다는 정서, 감정, 희로애락에 포인트를 뒀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정서나 감성은 빨리, 너무 쉽게 다루기보다 천천히 느리게 가고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에서 나타나는 걸 표현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답답하게) 보일 수 있는데 천천히 속도가 날 것이고 증폭되는 감정도 커질 거로 생각한다. 앞으로 재밌는 것들이 많이 나오니까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상경은 "'왕이 된 남자' 같은 경우 없는 사실을 극적으로 풀어낸 건데 요즘은 여러 가지 드라마가 있다. 판타지도 있고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 드라마는 시청자분들이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봐야 한다. 어떤 드라마는 현실을 잊게 해주는 의미로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우리 드라마가 현실을 많이 보여주다 보니까 어찌 보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일 수 있을 것 같다. 중반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이제 사건이 진행된다. 조금 더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은 '청일전자 미쓰리'의 리얼리티를 높이고 있다. 김응수(오만복)의 아들로 나오는 김도연(오필립)은 실제로 모국어가 영어인 배우다. 김도연은 "최대한 영어 단어가 나왔을 때 발음을 굴리려고 노력했다. 대사 사이사이에 있어서 어색하게 들릴 수 있는데 최대한 그러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부자 관계도 어릴 때 미국에서 지내면서 실제 아버지랑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경험이 김응수와의 연기에 이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외적으로도 (아버지와 김응수가) 많이 닮아서 더 감정을 끌어올리기 쉬웠다"고 전했다.
이혜리는 사회 초년생인 이선심을 표현하기 위해 스타일링 욕심을 버렸다. 이혜리는 "드라마를 보면 선심이가 바쁘고 동선도 많고 할 일도 많다. 외모나 옷에 신경을 못 쓰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또 사회 초년생이니까 꾸밀 줄도 모르는 인물 같았다. 내 또래나 동생들, 처음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정신없이 회사에 다니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하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런 선심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아무래도 촬영할 땐 수수하게 다니니까 예능 할 때 (그런 욕구를) 푸는 것 같다. 더 화려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송영훈 부장 역의 이화룡은 "'뭐라고 불리든 상관 없어'라던 이선심이 '회사 대표로서 말한다'고 하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김상경은 진정성을 강조했다. 한동화 PD는 "잔잔하고 후반부에 큰 감동,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다.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