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가 아니라 효자다. KBS 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지난해 추석 파일럿으로 시작해 2개월여 만에 정규 편성을 꿰찼다. 출발이 순탄치는 않았다. 파일럿보다 못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1%대까지 떨어지며 존폐의 위기까지 갔다. 지난 봄부터 '참신하고 유익하고 재미있는 예능'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편성 변경이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월요일 오후 9시 시간대로 바뀌며 시청률이 4~5%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곧 '한 살' 생일을 맞이하는 프로그램에는 많은 주역들이 있지만 으뜸은 문제를 출제하는 일명 탁성 PD다. 탁성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기계 같은 감정없는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 탁성 PD에 대한 문의는 끊이지 않았고 그는 FNC 프로덕션 김진 대표다. '주간아이돌' '뭉쳐야 뜬다'까지 20년간 그의 손을 거쳐간 프로그램만 스무개다. 김진 대표를 만나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지난 1년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최초 기획이 궁금하다. "정형돈 씨랑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할 겸 아이디어 회의를 자주한다. 그러다가 '이걸 해보자'라며 기획안 작업을 했고 KBS 외주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해 파일럿으로 먼저 선을 보였고 정규 편성의 행운을 얻었다."
-기발한 문제 출제의 방법이 궁금하다. "일반 퀴즈쇼와는 다르다. '이걸 꼭 알아야해'라는 문제를 출제할 경우 맞히지 못한 연예인이 자칫 모자란 이미지를 심어줄까 우려돼 '말도 안돼. 이런게 있었어'라는 문제를 준비하게 됐다. 포털사이트나 과거 뉴스 등 다양한 걸 참고한 뒤 자체적으로 검수를 받고 전문 교수님들에게 재차 확인 받는 작업을 거쳐 문제로 출제한다. 한 번 회의를 할 때 문제를 몇백개씩 취합한다. 답이 신기하다 싶은 걸 조합해서 출제한다."
-문제 수는 아직 많이 있나. "찾으면 찾을수록 계속 나온다. 정말 무궁무진하다. 방송이다보니 정확하지 않은 건 낼 수 없으니 검수 작업을 계속 거쳐도 많이 있다."
-목소리 출연에 대한 반응이 좋다. "후배 PD들과 돌아가며 한 번씩 문제를 내봤다. 사투리 억양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선발 작업을 하다보니 조용한 텐션의 내가 뜻하지 않게 지금까지 문제를 내고 있다."
-왜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목소리라 그런게 아닐까 싶다. 퀴즈를 내는 사람과 맞히는 사람간 밀고 당기기가 있어야 하는데 신입 PD들이 하기엔 출연자들의 연륜이 엄청나다. 중간에 그만두려고 했으나 그럴 상황이 안 됐다."
-목소리 출연은 계속하나. "확정은 아니지만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고집 피우면서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아나운서처럼 전문인들의 또박또박한 발음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겠나. 변화를 줘도 되지 않나 싶다."
-모습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진짜 많이 궁금해한다. 프로그램 중간 빈소를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탁성 PD가 누구냐'고 묻더라. 볼 수 없이 듣기만 하니 답답한가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목소리 잘 듣고 있다'가 최근 인사다."
-반응이 좋을 줄 알았나. "흔히 말하는 '대박'까진 아니래도 기본 이상은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곧 1주년이라고 하니 놀랍긴 하다."
-기억에 남는 문제는. "너무 신기한 문제 투성이라… 1회때 출제한 문제를 MC들에게 다시 내고보 싶다. 전부 다 맞히기 힘들수도 있다."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나. "좋은 학교를 나오고 지식이 많다고 잘 맞히는 건 아니다. 지식이 많지만 문제의 유형이 달라서 어려워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유희열 씨나 이적 씨, 혹은 유시민 선생님이 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곧 1주년인데 특집이 준비됐다. "이야기 중이다. 사실 왕중왕전의 개념으로 제일 문제를 많이 맞힌 다비치를 비롯해 서장훈 씨 등을 부르고 싶기도 하다."
-'뭉쳐야 찬다'도 반응이 좋다. "'뭉쳐야 찬다'는 '뭉쳐야 뜬다' 이후 프로그램에 대해 회의하던 중 원년 멤버의 합이 너무 좋아 네 사람(김용만·김성주·안정환·정형돈)과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뭘까 싶었다. 조기축구라는 아이템이 있었고 안정환의 결심이 필요했다. 안정환과 미팅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고 스포츠 레전드 스타에게 연락하며 시작됐다."
-레전드 섭외가 쉽진 않았을 텐데. "누구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허재·진종오·여홍철 등 예능에 좀처럼 출연한 적 없는 '전설'들을 원했다. 허재 씨 섭외가 힘들었다. 방송을 하던 사람이 아니라서 미팅을 해 설득을 하게 됐다. 허재의 캐릭터가 새롭고 좋으니 계속 컨택해서 진행됐다."
-'뭉쳐야 찬다' 팀의 목표는. "현재의 목표는 1승이다. 1승을 하고 나면 '도장깨기'나 조기축구 대회를 나가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멤버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힘드니깐 대충하지 않냐고 하는데 진짜 훈련 열심히 받는다. 깜짝 놀란다. 제작진 입장에서 미안할 정도로 열혈이다."
-이번에 정해인과 새 예능을 한다. "아무래도 FNC 제작이다보니 소속 연예인들과 미팅이 조금 수월하다. 여행에 관심이 많아 관련 아이템으로 제안을 했고 회의를 해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를 론칭하게 됐다. 기존의 여행 예능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뒀다."
-제작자로서 목표가 있나. "요즘 예능이 많다. 일주일에 100개가 쏟아진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재미있게 본다고 하는 건 두세개다. 수십명의 스태프가 몇 달 간 기획해 내놓은 프로그램이지만 재미가 없으면 '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밖에 못 만드냐'는 소리를 듣는다. 물론 시청자들의 반응이 맞다. 그렇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쉽지 않다. 나도 그렇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많다. '옥탑방의 문제아들' 기획의도처럼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봐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드는게 궁극적인 목표다. 모두가 웃고 즐기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