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1·SK)의 가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두 무대에 나서는 그는 책임감과 정신력으로 자신을 향한 기대감에 부응하려고 한다.
김광현은 지난 14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5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팽팽한 투수전의 한 축을 맡았다. SK는 연장 승부 끝에 0-3으로 패했지만 김광현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평가다.
2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광현은 1차전 투수 내용의 명과 암을 설명했다. 그는 "충분히 쉬고 나온 덕분에 공에 힘이 있었고, 하이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했다. 상대 파울을 많이 끌어낼 수 있었고, 슬라이더도 효과가 더해졌다. 그러나 초반에 힘을 다소 많이 쓴 탓에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투구 도중 손발톱에 물집이 잡히는 변수가 생겼다. 그러나 향후 등판에는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1차전에서 내 투구수가 90개에 이르지 않았다면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을 것이다. 이틀 정도 휴식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가을야구 첫 경기인 만큼 불펜투수들도 경기 감각을 올려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여러 가지 요인이 감안된 강판이었다는 얘기.
SK의 선전을 자신했다. 김광현은 "2패를 하고도 3연승을 할 수 있는 게 가을야구다. 타선이 오랜만에 실전 경기를 치른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휴식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구원투수를 자처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런 시리즈에서는 전날 던지고 바로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다. 2차전이 열린 15일과 휴식일인 16일에 제대로 충전을 해서 3차전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다. 정신력으로 던져야 할 시점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현은 여력 안배도 필요하다. 소속팀 일정이 끝나면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 해야 한다. 그는 양현종(31·KIA)과 함께 마운드의 기둥 역할일 해줘야 한다.
염두에 두고 있다. 조금이라도 좋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김광현은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시리즈가 가장 중요한 것도 맞다. 그러나 수원(KT위즈파크)에서 훈련 하고 있는 멤버들도 마음이 쓰인다.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부담감은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향한 기대감으로 생기는 부담감은 다스렸다. 계기가 있었다. 지난 시즌 말, 전광판에서 한 팬이 SK 선수단을 향해 한 응원 덕분이다. 김광현은 "그 영상을 본 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기 승패와 상관 없이 응원과 박수를 보내 주는 팬들이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사실 나는 항상 승부에 대한 강박에 매몰된 선수였다. 지는 게 싫었다. 그러나 이후 부담을 내려놨다. 경기력뿐 아니라 결과도 좋아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연히 지면 안 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면 응원을 보내는 팬이 있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한층 성숙해졌다. 책임감은 단단해졌다. 김광현이 KBO 리그 가을 야구 명승부와 도쿄 올림픽 진출을 위해 기어(Gear)를 갈아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