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대표팀 감독과 이숭용 KT 단장. IS포토 "장기 레이스 성패는 결국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줄이는데 달려 있다."
지난 1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이숭용(48) KT 단장이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을 지휘하던 김경문(61) 감독에 인사 차 더그아웃을 방문했다. 김 감독은 훈련 장소 협조에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한 뒤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근황을 주고 받았다. 자연스럽게 강팀이 되는 조건이 화두에 올랐다. 1군 현장 지휘봉만 13시즌을 잡은 김 감독, 만년 하위팀의 도약을 이끈 이 단장은 한목소리로 백업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한 다섯 팀 가운데 네 팀이 현장 또는 프런트 수장을 교체하며 차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과 KIA는 새 감독이 부임했고, 한화는 단장이 바뀌었다. 시즌 도중에 두 자리 모두 공석이 된 롯데도 새 판을 짜고 있다.
인사가 이뤄지면 으레 기본을 운운한다. 육성 강화, 체질 개선, 경쟁 유도 등 익숙한 표현이 등장한다. 마침 마무리훈련을 앞두거나 진행 중인 시점이기에 명분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추진한 팀이 드물었다.
이번 가을은 예년과 다른 기류가 포착된다. 문제점을 절감했고 벤치마칭의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2018시즌 3위 한화는 올 시즌 9위로 추락했다. 주전 야수 한두 명의 이탈을 메우지 못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도 멈췄다. 롯데는 수 년째 이어진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삼성과 KIA도 강팀 시절 면모를 완전히 잃었다.
반면 지난 시즌 9, 10위던 KT와 NC는 꾸준히 새 얼굴이 등장했다. 1군 경기력 향상에 보탬이 되며 달라진 전력을 증명했다. KT는 이숭용 단장, NC는 이동욱 감독이 부임했다. 창단부터 합류해 선수단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가 감독과 단장으로 부임한 덕분에 선수의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심리 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허울만 갖추고 진정한 육성을 추진하지 않으면 한 시즌 만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유독 커진 시즌이다. 주축 선수의 노쇠화가 두드러진 팀은 더욱 그렇다. 2020시즌을 준비하는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새 책임자들이 그 어느 현안보다 육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다.
정민철(47) 한화 신임 단장은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육성 강화에 대한 의지는 명확하게 드러냈다. 이미 다른 구단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투구 및 타구 추적 장치는 브랜드를 한정하지 않고 활용할 생각이다. 다른 장비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려는 행보는 그저 대세에 편승하려는 게 아니다. 아직 자신의 스윙이나 투구가 갖춰지지 않은 젊은 선수가 효과적이면서도 흥미를 갖고 접근을 할 수도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성민규 롯데 단장. 연합뉴스 제공 성민규(37) 롯데 신임 단장도 주로 2군 체질 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애초에 선진 야구 시스템의 도입과 장착을 수월하게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영입한 인사다. 이전 단장 체제에 비해 데이터팀의 역량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도 했다. 마침 외인 래리 서튼이 2군 감독으로 부임했다. 기존 코치 대부분 팀을 떠나기도 했다. 야구단의 보편적 악습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신임 단장의 역량이 단시간에 확인될 수 있다는 얘기다.
KT도 육성 강화 행보에 고삐를 놓지 않는다. 18일부터 대만 가오슝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하며 제 2의 배제성, 조용호 등장을 유도한다. '노 재팬'(No Japan·일본산 불매) 정국에서 일찌감치 새 전훈지를 물색하는 준비성을 보여줬다. 이숭용 단장은 "1.5군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전 포지션에 강한 백업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