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이 3년만에 새 앨범을 들고 왔다. 임신과 출산, 13년만의 소속사 이동 등 개인적인 큰 변화를 겪은 후의 컴백이다. 최근엔 JTBC '한끼줍쇼'에 출연해 마약 혐의로 자숙 중인 남편 정석원을 언급하며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0년 가수 인생 중 짧다면 짧은 3년이지만 여러가지 변화를 겪은 후 만난 백지영은 "무대가 너무 그리웠다"며 이번 활동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2017년 임신으로 진행 중이었던 콘서트를 모두 취소했던 일화를 전하며 "그로 인해 빚도 생겨 갚았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농담하면서도 "공연장에서의 현장감이 너무 좋다. 감사하게도 흥행을 목표로 할 시기는 지났기에 내 위치에서 보여줄 수 있는 멋있는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바랐다.
기계처럼 일했던 과거 백지영은 데뷔 초를 '기계처럼 일했다'고 정의했다. "너무 많은 스케줄에 생각이란 걸 할 시간조차 없었다. 요즘 '온라인 탑골공원'(유튜브 1990~2000년대 음악방송 다시보기)이 유행이라기에 내 무대를 봤는데 힘만 잔뜩 들어갔더라. 그땐 열정도, 힘도 넘쳤다"고 떠올렸다. 이어 "옥택연과 '내 귀의 캔디'를 하면서 무대를 알게 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차트를 올킬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주년을 기념한 앨범 '레미니센스(Reminiscence)'를 발매하면서도 그동안에 사랑받은 '대쉬'와 같은 라틴 댄스나 자축의 파티곡은 넣지 않았다. 백지영은 "시간이 이렇게 벌써 흘렀다는 생각만 든다. 큰 의미를 두진 않는데 팬들이나 스태프들이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서 충분한 선물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며 자축하는 노래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타이틀곡은 '우리가'다. 이별에 치닫고 있는 연인이 여러 추억을 떠올려보는 노래다. "이별이라는 것이 슬프지만 헤어짐까지 오기엔 좋았던 추억도 있는 거니까 따뜻하게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면에서 노래에 감정이 잘 묻어난 것 같다"고 만족했다.
딸 키우는 워킹맘 워킹맘이 된 백지영은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 딸 아이가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면서도 "가수로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을 것 같다. 내 경험에 이입해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서 곡을 표현하는 가수로서의 감정은 그대로다. 곡이 가진 감정에 몰입해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맞추는 건 그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아이를 두고 스케줄을 나설 땐 마음이 무겁다. 아침부터 밤까지 다른 사람 손에 딸을 맡겨야 하는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둘째를 계획하고 있다. 나이가 있어 임신에 두려움이 있지만,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나답지 못한 일이라 생각한다. 남매나 자매를 만들어서 함께 의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또 "가수라는 직업이 일장일단이 확실해서 스케줄이 없으면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외출을 하도 많이 해서 아이가 감기가 잘 걸린다. 에너지가 정말 넘치는 아이라서 딸하고 다니는 재미를 벌써 깨달았다"며 엄마 백지영의 삶을 알렸다.
특히 "아이가 엄마가 가수라는 걸 아는 것 같다. 얼마전에 스케줄하고 들어왔는데 TV에 내가 나오는 걸 아이가 보더니 TV에 뽀뽀를 하더라. 알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면서 "좋은 영향을 줘야겠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꼈던 순간"이라고 전했다. 아이가 가수를 하겠다면 "되고 싶다고 하는데 말리는 건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고, 그렇다고 나서서 음반을 내주는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가수를 하면 화려한 면보다 지치고 힘든 점이 많다는 걸 미리 알려주고 정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순 있을 것 같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목표는 건강한 몸과 정신 백지영은 스스로에게도 냉정했다. 많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가요계에서 본인만의 뚝심있는 활동을 펼치겠다는 마음도 다잡았다. "이제는 천천히 단단하게 땅을 다져야하는 시간이 온 것 같다. 내려간다는 슬픈 표현보다는 가수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인생을 단단하게 다져서 후배들에게 본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후배들에게는 "누구보다 풍파가 많은 가수 생활을 해온 사람이라 후배들이 겪는 고난의 종류를 정확하게는 몰라도 어떤 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살아온, 데뷔 20주년을 맞은 내 인생이 그들에게 힘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시간에는 뭘 붙잡아도 좋다. 잘 견디면 반드시 인생의 또 다른 면이 나타난다"고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