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번할까요(박용집 감독)'를 통해 지난해 6월 개봉한 '탐정: 리턴즈(이언희 감독)' 이후 1년 여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권상우는 전공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로 연이은 흥행 승부수를 띄웠지만 여지없이 무너졌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완성도와 흥행 역시 배우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애초 선택은 배우의 몫이자 뜻이다. '두번할까요'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 더 씁쓸하다.
국내 최초 '이혼식'을 소재로 다룬 '두번할까요'는 22일까지 누적관객수 14만8002명을 끌어 모으는데 그쳤다. '탐정: 더 비기닝(김정훈 감독·2015)' '탐정: 리턴즈' 시리즈를 통해 코믹 연기에 물 이 오른데다가, 한류스타 권상우를 있게 만든 멜로 장르까지 녹여낸 작품이라 내심 기대를 모았지만 시사회 이후부터 갖은 혹평에 휩싸이더니 결국 관객과 소통에 최종 실패했다.
제작 초반 권상우의 합류와 이정현이 첫 로코 영화로 주목받았던 '두번할까요'는 개봉이 1년 여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다소 잊혀졌던 작품이다. 배우들조차 "이러다 개봉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불안했다"고 말했을 정도. 개봉 지연엔 이유가 있었고, '두번할까요'는 현 시대상에 전혀 맞지 않는, 시대를 역행한 로코물로 이렇다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권상우의 대표작 '말죽거리 잔혹사(유하 감독·2004)' 재연 치트키와 성동일을 히든카드로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두번할까요'는 사실상 권상우가 멱살잡고 끌고간 '권상우 영화'이기 때문에 권상우에게는 더 큰 안타까움이 남을 터. 원없이 망가졌고, 후회없이 연기했지만 관객들의 환심을 사지는 못했다. '또 잘했을 것이다'는 신뢰는 있지만, 이미 수 많은 작품을 통해 봐왔던 권상우의 모습이기에 신선함과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여기에 공감도 제로 마이너스에 수렴하는 영화의 힘도 전혀 따라주지 못했다.
지난 1년간 권상우는 세 편의 영화에 줄줄이 출연하며 스크린 활동에 주력했다. '두번할까요'를 시작으로 11월 '신의 한 수-귀수편(리건 감독)', 내년 설 시즌 '히트맨(최원섭 감독)' 개봉을 준비 중이다. 권상우는 인터뷰에서 "각 영화마다 목표가 있는데 '두번할까요'가 잘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대작도 아니고, 요즘 많이 만들어지는 장르도 아니다 보니 이런 영화가 관객들과 소통이 잘 된다면 시너지는 훨씬 클 것이다. 이번에 뭔가 터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지지 못했을 뿐더러 부풀어 오르지도 못한 '두번할까요'다.
전공 장르에 대한 혹평은 배우 권상우의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다행히 남은 두 작품은 '두번할까요'와는 정반대 분위기를 자랑할 전망. 기본 액션을 바탕으로 '신의 한 수-귀수편'은 정통성을 가미했고, '히트맨'은 코미디 양념으로 '범죄도시(강윤성 감독·2017)' '극한직업(이병헌 감독·2019)' 등 작품의 뒤를 잇겠다는 포부다. 두 작품에 대해 영화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반응이 오가고 있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권상우에게는 아직 '2승'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들 보험이다.
영화로 데뷔했고, 영화가 좋아 배우가 됐지만 스스로 '영화계 비주류'라 자평할 정도로 여전히 충무로를 겉도는 듯한 권상우다. 작품과 연기에 욕심이 생기고 신인 시절보다 에너지가 샘솟는 지금, 다시 '영화배우 권상우'에 도전장을 내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권상우는 인터뷰 때마다 '영화에 대한 애착'을 보이며 놓친 작품들에 대한 솔직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탐정' 시리즈로 물꼬를 트나 했지만 관계자들은 권상우의 덕이라기 보다 기획의 승리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권상우는 "흥행도 되면서 배우가 배우로서 충실하게 보여지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1000만도 좋지만 300~400만 영화로 '좋은 작품했다'는 결과를 낳고 싶다. 다른 이슈들보다 작품으로 성과를 내고 싶다"고 거듭 언급했다. '신의 한 수-귀수편'과 '히트맨'이 권상우의 열쇠가 되어줄지, 아니면 도전에 의의가 있었던 작품으로 남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