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키움과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숙제 하나를 확인했다. 9회말 터진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는 따냈지만, 6회부터 가동된 불펜이 크게 흔들렸다. 특히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윤명준의 부진이 뼈아팠다.
선발 린드블럼(5이닝 1실점)에 이어 6회 배턴을 이어받은 윤명준은 선두타자 이정후를 1루수 방면 내야 안타로 내보냈다. 이어 박병호마저 6구째 볼넷. 무사 1,2루로 몰린 뒤 샌즈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적시타로 연결됐다. 6-2로 넉넉하게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곧바로 이현승과 교체됐다. 위기관리가 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현승이 승계 주자 박병호와 샌즈의 실점까지 허용해 공식 기록은 0이닝 2피안타 1볼넷 3실점(3자책점)이 됐다.
윤명준은 올해 정규시즌 69경기에 등판한 '마당쇠'다. 불펜투수로는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68⅓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도 2.63으로 준수했다. 그러나 키움만 만나면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시즌 키움전 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7.11(6⅓이닝 5자책점)로 부진했다. SK전에선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0.87(10⅓이닝 1자책점)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키움만 만나면 작아졌다. 관심을 끈 KS 1차전에서도 흔들리며 김태형 감독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두산은 선발보다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하다. 조상우를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키움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아무래도 떨어진다. 김 감독이 KS에서 선발 투수 이용찬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윤명준은 김승회와 함께 6,7회를 맡아 줘야 하는 필승조다. 선발 투수 강판 후 이용찬이 마운드에 오를 때까지 중간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히어로즈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두산으로선 떨쳐내야 하는 윤명준의 '키움 공포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