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라는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기 무섭게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들이 판매 중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3위 전자담배 시장인 한국을 두고서 격전을 예고했던 '궐련형'과 '액상형' 간의 전쟁이 이번 사태로 인해 궐련형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빅4, 일제히 '판매중지'
27일 담배 업계에 따르면 점포 수 기준 편의점 업계 빅4인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모두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및 공급을 중단했다.
대상 제품은 KT&G '릴 베이퍼'에 사용되는 '시드 툰드라', 쥴 랩스 '쥴'에 사용되는 트로피칼·딜라이트·크리스프 등 총 4종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23일 미국에서 중증 폐질환 유발 논란이 일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한 사용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편의점 업계는 향후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 결과와 관련 방침이 확정되면 적극 협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건강 관련 사안은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정부의 방침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륙 6개월 만에 퇴출 위기 맞은 '쥴'
편의점들의 이번 조치로 미국 전자담배 브랜드 '쥴'은 국내 상륙 6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향후 정부가 후속 규제책을 내놓고 주요 판매 채널에서 퇴출이 확정되면 쥴의 국내 시장 존립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기업은 다수이지만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업체는 쥴랩스코리아"라며 "지난 5월 국내에서 쥴을 처음 선보일 당시만 해도 담배업계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미국발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몰렸다"고 말했다.
쥴랩스코리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쥴랩스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에서 문제가 된 액상형 전자담배는 대마성분과 비타민E가 혼합된 것이다. 한국 제품에는 이들 성분이 전혀 없다"며 "편의점들과 협의를 지속적으로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 권고에 웃음짓는 아이코스
궐련형을 앞세워 전자담배 1위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를 내린 날, 이를 예측이라도 한 듯 신제품 '아이코스3 듀오'를 선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기를 틈 타 한국필립모리스가 공격적으로 전자담배 1위 점유율 굳히기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아이코스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홀더 연속 사용 횟수가 1회를 2회로 늘린 신제품을 액상형 담배가 문제되는 시기에 발표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한국필립모리스의 맹공으로 보고 있다.
궐련형 업계도 액상형 성분과 완벽히 다르다며 적극적인 선 긋기에 들어갔다. 전자담배에는 액상형 전자담배 외에도 궐련형, 하이브리드형 제품군이 있다. 궐련형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하이브리드형은 KT&G의 '릴 하이브리드', JTI의 '플룸테크' 등이 있다.
또 다른 담배 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나 일반 전자담배로 돌아가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