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16년 만에 꼴찌, 창단 최초 10위.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많은 불명예 기록들을 남겼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하던 동력은 사라지고 무기력만이 사직구장을 지배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악화된 마운드가 한몫하였다.
팀의 이러한 상황에서 부담은 한 선수에게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75경기 출전으로 리그 최다출장 투수가 된 고효준이다. 고효준은 62이닝을 던지며 좌완 원포인트 그 이상의 직책을 소화했다.
이는 부실한 롯데의 좌완투수 뎁스에서 비롯됐다. 불펜에서 경기 수로 보면 68.8%, 이닝 수로도 68.8%를 고효준이 혼자 책임진 것이다.
시즌 막바지인 9월과 10월에도 7.1이닝 1실점, 방어율 1.23을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베테랑의 책임을 다했다. 거듭된 등판에도 이 기간 직구의 평균구속 144.1을 유지하며 강철 체력을 보여줬다. 이는 좌완 불펜 투수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팀 방어율은 4.87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원진의 방어율 역시 4.67로 리그 9위. 반면 구원 등판 횟수는 520회를 기록하며 리그 최다출전팀이 됐다. 경기당 평균 5이닝 소화도 해주지 못한 선발진, 얇아진 불펜 뎁스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나 감독의 호출이 있을 때면 늘 묵묵히 마운드에 올랐다는 고효준. 그의 희생이 없었다면 롯데의 마운드는 더 붕괴했을지도 모른다.
데뷔 19년 만에 소중한 FA자격. 이는 이번 시즌 그의 팀을 위한 희생에 대한 선물과도 같다. 성실한 몸 관리를 통해 아픈 곳 없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고효준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