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완 기수와 실버울프. 한국마사회 제공 지난 20일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 부산 경마공원에서 열린 제15회 '경상남도지사배'는 2017년에 이어 '퀸즈투어 시리즈'를 2번 제패한 역대급 암말 '실버울프'의 여왕 대관식이었다. 이 날의 영광에 숨겨진 주인공이 있다. 바로 '실버울프'와 5년째 호흡을 맞추며 2번의 '퀸즈투어 시리즈'를 함께 한 유승완 기수(33·프리)다.
2007년 데뷔한 유 기수는 데뷔 2년 만인 2008년 30승을 돌파하고, 2009년 한국마사회의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발돼 미국에서 6개월간 선진 경마를 연마하는 등 신예 때부터 촉망받았다. 군입대로 인한 공백기, 연이은 부상 등으로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올해 대상경주 우승만 7번, 기수 다승순위 3위, 승률도 13.1%로 제대로 실력발휘를 시작했다.
'실버울프'가 경주로에 데뷔한 2015년부터 함께했다. '실버울프'는 데뷔 후 약 30억원의 총상금을 벌어들여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는 경주마 중 수득상금이 가장 높다. 2017년에 이어 2019년에도 '퀸즈투어 시리즈'에서 지정된 3개의 경주를 전승하며 암말 중에서는 적수가 없다. 올해 '경상남도지사배'는 '실버울프'의 11번째 대상경주 우승으로, 단일 경주마의 대상경주 최다승 기록 경신이다.
유 기수는 '실버울프'와 5년 동안 25번의 경주를 함께했고, 그 중 11번을 우승했다. 유 기수는 '실버울프'와 인연에 대해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군 제대 후 경주로 적응에 애를 먹고 있을 때였다. 힘들 때 만난 행운 같은 말이다. 그 후 '실버울프'도 나도 성적이 잘 풀려서 함께 성장해온 느낌이 있다. 그래서 동생같이 애틋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동생같은 말 '실버울프'와 함께 '퀸즈투어 시리즈' 2번째 제패라는 기록을 세운 날 유 기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유 기수는 "사실 안도에 가까웠다. 워낙 많은 기대를 받아 우승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해 걱정이 있었고, 다치지 않고 경주를 끝냈다는 사실에 기쁘기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실버울프'는 올해 7세로 고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경주에 임하고 있다. 아프지 않고 롱런했으면 좋겠다"고 각별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다.
유승완 기수와 실버울프. 한국마사회 제공 '실버울프'는 평소에는 다루기 쉽지 않은 까다로운 말로 알려져 있다. 유 기수는 "사람이랑 정말 똑같아서 말마다 성격이 다르다. 말의 성격에 맞춰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실버울프'는 사람을 좋아해서 지나가는 사람을 깨물려고 한다든지 계속 장난을 거는데 웬만하면 다 받아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주 때는 욕심내지 않고 말이 하는 대로 따라간다는 느낌으로 기승한다. 나는 부드럽게 탄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기수들이 흔히 하는 '말을 믿고 탄다'라는 말처럼 '경주마를 방해하지 말자'가 내 신조"라고 강조했다.
유 기수는 '경주마 환경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여느 레저 공간과 견주어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좋아진 관람대만큼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 말의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로, 더 쾌적하고 넓은 마방 등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