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업가의 처절한 몸부림이 야구라는 콘텐트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KBO는 재발 방지를 위해 더 강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야구팬은 구단 소식으로 생소한 단어를 접했다. 횡령·배임·사기. 이장석(53) 전 히어로즈 대표가 야구단을 인수하고 운영하면서 자행한 일들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야구와 더 어울리지 않은 단어가 또 등장했다. 옥중경영. 입증하지 못했던 심증이 실체를 드러낸 것. 이 전 대표는 구단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 인사들을 수렴청정했다.
KBO는 전례가 없는 파문이 이어지는 작금의 상황이 난감하다. 그동안 관련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 2018년 2월 2일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에 의해 실형 4년을 선고받자, 즉각 야구 규약 제152조 제5항에 따라 프로야구 관련 업무에 한해 직무정지를 내렸다. 같은 해 11월 6일에는 KBO 규약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를 적용해 영구 퇴출 조치를 내렸다.
KBO도 직무 정지를 내린 뒤에는 고심이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이미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법적으로는 히어로즈 구단주가 아니었다. 경영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추가 제재를 내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대표가 옥중에서 히어로즈 내 측근들을 부려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발행을 결의하게 하고 지분율을 높이려 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다. 법원 판결은 1심에 이어 2심까지 불복하며 상고를 했다. 이에 정운찬 KBO 총재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장윤호 전 사무총장도 정관과 규약, 회원사로서의 자격 유지 조건 등을 두루 살폈다. 현 총재 체제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클린 베이스볼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였다. 결국 리그 가치와 도덕성을 훼손시킨 책임을 물어, 법리적 다툼과 상관없이 이 전 대표를 영구 제명했다.
그러나 KBO가 취한 무거운 징계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버젓이 옥중경영이 자행됐다. 예견된 일이다. 현장도 야구팬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외부에도 영향력이 드러난 고위 인사가 감옥과 현장을 잇는 연결고리였다. KBO는 이 전 대표의 영구 퇴출을 발표하며 "향후 구단 경영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구단은 물론 임직원까지 강력히 제재할 방침이다"고 했다. 무시당했다.
이장석의 사람들은 선임되는 것도, 물러나는 것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지시대로 움직인다. "내부 감사위원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현재 히어로즈의 입장은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다. 내부에 측근이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KBO는 회원사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안일했다. 팬들까지 의심하는 옥중경영이 언론에 의해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포착하지 못했다. 이제야 경위서를 받고 상벌위원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와 측근들은 이미 리그 품위를 저해했고, 앞으로도 같은 일을 자행할 수 있었다. 수사 기관은 아니지만 법률·수사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는 구성하고 운영해야 했다. 특별 관리가 필요했다는 애기다. 히어로즈가 넥센에서 키움으로 스폰서를 갈아타기 전부터 말이다.
KBO는 이전부터 히어로즈 발 논란이 재발될 때를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상황은 제명 조치를 내릴 때보다 복잡하다. KBO의 경고를 어긴 인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은 당연하다. 리그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키움 내부 감사 결과에 기대지 않고 KBO가 직접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옥중경영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퇴출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사들이 옥죌 수 있는 강력한 조치 말이다.
한 사업가의 욕심 탓에 현장 야구인들의 노력과 성과가 폄하되고 있다. 야구팬의 피로감도 누적됐다. 더는 어울리지 않은 단어가 나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