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디자이너가 현대홈쇼핑에 모였다. K패션의 거장인 이상봉과 정구호다. 글로벌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두 사람은 3년 터울로 홈쇼핑에 진출하면서 달라진 홈쇼핑 패션의 위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잘 나가는 디자이너를 동시에 품은 현대홈쇼핑은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세웠다.
홈쇼핑 패션의 두 번째 변곡점…이상봉의 홈쇼핑 상륙
홈쇼핑에서 팔리는 의류는 편견이 존재했다. 중저가의 트렌디 의류를 대량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품질은 홈쇼핑 패션의류의 최대 장점으로 통했다.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 손정완의 홈쇼핑 진출은 홈쇼핑 패션에 대한 선입견을 지운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손정완은 2012년 GS샵과 손잡고 'SJ와니(SJ.WANI)'를 독점 론칭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한 벌에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에 달하는 최정상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손정완 특유의 여성스럽고 깔끔하게 디자인된 의류는 홈쇼핑 최대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TV홈쇼핑 패션은 SJ와니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손정완이 포문을 열자 인기 디자이너 지춘희·장광효도 홈쇼핑에 발을 들였다. 손정완이 만든 나비효과이자 홈쇼핑 패션의 첫 번째 변화였다.
2019년 홈쇼핑 업계에 두 번째 변곡점이 찾아왔다. 이상봉의 합류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13일 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 만든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이상봉 에디션'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이상봉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다. 한글을 패션에 접목하는 그의 옷들은 피겨선수 김연아가 착용하고 경기를 소화했다. 할리우드 스타 린제이 로한과 레이디 가가 등 글로벌 스타도 이상봉의 옷을 선택했다.
이상봉의 패션은 대중 친화적이진 않았다.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매장을 비롯해 서울 청담점,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등 총 12개 매장에서 팔리는 그의 옷은 가격대가 높다. 하지만 이번 홈쇼핑 진출로 가격대도 상당 부분 낮아지게 됐다.
가격은 내려갔지만, 품질은 고품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홈쇼핑이 선보이는 이상봉 에디션은 '새롭지만 깊이 있고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표방한다. 회사 측은 프리미엄 소재를 합리적인 가격대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이상봉과 협업을 또 다른 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번 시즌 이상봉 에디션 중에서도 가방과 모자 같은 잡화 아이템 일부를 우선 선보이고 난 뒤 향후에는 신발·주얼리까지 확대해 액세서리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남성 라인도 함께 선보인다. 현대홈쇼핑은 다양한 라인 확장 전략을 세우고 주력 브랜드로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현대홈쇼핑 측은 “이상봉 디자이너는 일찌감치 국내외에서 K패션 대표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상봉 에디션 론칭을 계기로 TV홈쇼핑의 프리미엄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3년 전 정구호도 품은 현대홈쇼핑의 '야심'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향한 현대홈쇼핑의 '직진'은 놀랍다. 이상봉에 앞서 한국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정구호도 잡는 데 성공했다.
현대홈쇼핑은 2016년 9월 디자이너 정구호와 협업 패션 브랜드 '제이바이'(J BY)를 출시했다. 제이바이는 연평균 1000억원 대 매출을 올리면서 누적 주문금액은 3000억원의 메가 브랜드가 됐다.
정구호는 최근 한국 패션 업계가 선호하는 디자이너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KUHO' 브랜드로 단숨에 국내와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은 그는 해묵은 브랜드를 새롭게 키워내는데 능력을 발휘해왔다. 제일모직 여성사업부 전무, 휠라코리아 부사장, 제이에스티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거친 그는 브랜드 리뉴얼 분야에 성공신화를 써왔다.
지난 3월에는 삼성물산의 빈폴의 컨설팅 고문에 오르면서 올해 출시 30년을 맞은 빈폴을 뜯어고치고 있다. 삼성물산은 빈폴의 위상을 정구호의 손으로 다시 세우겠다는 각오다.
현대홈쇼핑은 제이바이를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미국 뉴욕의 패션박람회 '코트리쇼'에도 선보였다. 코트리쇼는 바이어들이 몰리는 미국 최대 패션박람회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정구호는 코트리쇼 현장에서 제이바이 브랜드 특징과 방향성 등을 직접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현대홈쇼핑은 이상봉 에디션을 연 주문금액 500억원 이상 규모의 주력 브랜드로 키워간다는 목표다. 제이바이 등 디자이너 패션 프리미엄 브랜드를 연간 주문금액 20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고 계획을 세웠다.
김종인 현대홈쇼핑 패션사업부장은 "홈쇼핑 패션 브랜드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디자인과 소재로 K패션 알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