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외 출장을 갔을 때는 몰라보던 글로벌 게임사 경영진이 지금은 만나자고 연락이 옵니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 지 4년 만에 바뀐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펄어비스가 무슨 회사인지 몰랐던 해외 게임사들이 이제는 한국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실력 있는 게임개발사로 알고 있고,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다.
펄어비스가 2014년 12월 처음 내놓은 검은사막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은 물론이고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X박스 등 콘솔 게임으로도 선보여 유저층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PC·모바일·콘솔 등 모든 플랫폼에 출시된 게임은 검은사막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게임 개발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 대표는 “펄어비스의 경쟁력 중 하나가 자체 게임 엔진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PC·모바일·콘솔 등 '다(多) 플랫폼'에 검은사막을 서비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이런 개발력을 오는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에서 다시 한번 뽐낸다. AAA(트리플 A)급의 최정예 신작 4종을 내놓는다. 펄어비스를 글로벌 게임사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할 기대작들이다.
정 대표는 "우리는 다작이 아닌 소수의 트리플 A급 게임에 집중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잘한다"며 "꾸준히 성공하는 게임을 선보여 톱 클래스의 글로벌 게임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안양 사옥에서 해외 게임 시장 개척을 위해 출장을 다녀온 정 대표를 만났다.
지스타 첫 참가…AAA급 신작 4종 공개
- 지스타 B2C관에는 처음 참가해 여러 신작을 선보이는 것으로 안다.
"펄어비스는 '지스타 첫 참가'라는 새로운 도전에 설레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최고 수준의 라인업을 선보일 수 있도록 공들여 게임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유저들을 위한 다양한 채널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지스타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게임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섀도우 아레나'부터 프로젝트 K·V·CD 등의 최신 게임 정보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펄어비스를 있게 한 '검은사막'도 만나볼 수 있다."
- 이번 지스타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글로벌 유저들에게 펄어비스가 다양한 장르 및 플랫폼에 도전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는 명성을 알리고 싶다. 특히 트리플 A급 대형 신작을 통해 펄어비스에 대해 수많은 게임 유저가 기대감을 갖게 만들 계획이다."
- 이번 신작들을 '트리플 A급'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예전에는 대작급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고 하면 제작비가 300억~500억원가량이 들어야 했다. 검은사막은 120억원 정도 들었으니 중형급 MMORPG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박이 났다. 이번 신작들은 그래픽부터 스토리 등에서 서구권에서 얘기하는 트리플 A급을 추구한다."
- 2014년 검은사막을 국내 론칭하고 5년 만에 신작들을 내놓는다. 빠른 행보인데….
"펄어비스의 경쟁력은 개발에 있다. 검은사막을 서비스하면서 꾸준히 신작에 대해 고민해왔고, 발 빠른 준비를 위해 개발력에 집중해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개발력을 키워왔다."
- 펄어비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자체 게임 엔진이 꼽힌다.
"펄어비스는 자체 개발 역량과 최적화된 글로벌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자체 엔진을 고집해왔다. 초기 개발 비용이 증가하지만, 자체 엔진을 활용해 빠른 개발 속도는 물론 유연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 우리가 다양한 플랫폼에 빠르게 게임을 내놓는 이유 역시 자체 엔진을 가진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다 플랫폼화로 개발력 증명"…"소수 정예로 성공, 우리가 잘 하는 일"
- 검은사막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글로벌 성과와 성공 원인은.
"실적 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검은사막은 북미뿐만 아니라 아시아·유럽·남미 등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검은사막이 글로벌한 게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성공 원인은오픈월드 안에서 이용자들이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콘텐트가 현재 서비스하는 MMORPG들 중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콘텐트를 끊임없이 추가하는 라이브 서비스 경험은 우리가 갖춘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이고 성공적인 서비스로 입증했다."
- 검은사막은 모바일 뿐 아니라 X박스·PS4 등 다양한 플랫폼에 선보이고 있다.
"올해 검은사막 콘솔 버전(3월 X박스, 8월 PS4)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특히 검은사막은 PC·모바일·콘솔을 포함한 모든 플랫폼으로 전 세계 서비스되는 몇 안 되는 게임이다. MMO 장르를 다 플랫폼에 내놨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성과도 괄목했다. X박스의 경우 패키지 및 게임 패스 이용자 100만명을 확보했다. PS4 역시 X박스 1.5배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PS 스토어 2주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국내의 다른 게임사들보다 '다 플랫폼화'에 적극적이다. 이유는.
"검은사막은 PC·모바일·콘솔을 포함한 모든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몇 안 되는 게임이다. 앞으로 진행될 차기 프로젝트 역시 검은사막 처럼 다 플랫폼으로 글로벌에서 사랑받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되려면 다 플랫폼에 대응해야 한다. PC 플랫폼 하나만을 고집해서는 해외 유저 대응이 어렵다. 각 나라의 시장마다 유저 성향이 크게 달라지는데, 우리는 다 플랫폼화로 모두 대응할 수 있게 만들었고 성공적인 성과도 올리고 있다. 우리는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차세대 신작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은.
"우리는 다작을 만들어서 확률로써의 성공을 꾀하는 회사가 아니다. 다작보다는 소수의 게임을 '트리플 A급'으로 만들고 여러 플랫폼에 내놓아 많은 유저에게 오래 사랑받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회사의 핵심인 개발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그래픽 퀄리티와 서비스를 유지해 글로벌 유저를 공략할 것이다.
MMO 게임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 잘 개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유저들이 계속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콘텐트와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라이브나 신작에서도 퀄리티와 최적화 모두를 잡기 위해 많은 것을 다듬으며 완성을 앞두고 있다."
- 글로벌 공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매번 강조하지만 기술력이라고 생각한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면 시장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펄어비스의 글로벌 진출은 자체 엔진 기술력과 함께 최첨단 설비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기술력과 관련해 자체 엔진 개발팀은 현재 50여 명의 인력으로 구성됐고 인력을 추가하고 있다.
또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모션캡처실을 자체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 수준의 3D 스캔 스튜디오와 오디오실도 갖췄다.
빠른 대응력도 중요하다. 론칭하고 서비스 대응이 느리면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검은사막 IP가 글로벌에서 성공한 것은 서비스 대응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가 지난달 24일 경기도 안양 사옥에서 글로벌 게임 시장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 펄어비스는 유저들에게 어떤 게임사로 기억되고 싶나.
"20년 후 펄어비스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 비전은 언제나 새롭고 흥미롭고 잊지 못할 모험을 선사하는 자기 혁신적인 게임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게임들이 유저들에게 이런 경험을 주기를 바란다.
유저들에게 잊지 못할 게임을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어야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위권의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펄어비스인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직이 내 인생 가장 큰 투자"
- 투자 회사에서 투자 심사를 하다가 펄어비스에 합류한 것으로 안다. 어떤 점에 끌렸나.
"최고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는데 성공한 펄어비스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이후 대표로 합류하게 됐다. 당시 심사역으로서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최고 수준의 개발력을 갖춘 회사라고 판단했다. 특히 글로벌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것을 보면서 검은사막 이후에도 최고 수준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 대표가 된 지 3년째다. 가장 잘한 일은.
"펄어비스에 합류한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벤처 투자를 6~7년 했다. 다양한 사업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고민하고 같이 기뻐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허전함이 있었다. 지금은 펄어비스인으로서 같이 하는 것이 재미있고,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서 더욱 재미를 느낀다. 이직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투자였다."
- 소망이 있다면.
"한국에서 1세대 게임사들이 굴지의 기업이 됐지만 글로벌하게 메이저 게임사가 된 곳은 아직 없다. 펄어비스가 그렇게 되는 첫 번째 회사가 되게 하여가는 것이 소망이고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