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배우 임수향(29)이 MBN 역사를 새롭게 썼다. MBN·드라맥스 수목극 '우아한 가(家)'의 최종회 시청률이 8%를 돌파하며 개국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운 것.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하 '강남미인')에서 웹툰과 싱크로율 높은 소심녀 미래를 연기한 데 이어 '우아한 가' 모석희 캐릭터로 사이다 재벌녀 매력을 장착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꽃길 행보를 기대케 했다. 임수향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도 "너무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취중토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 너무 솔직한 편이라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점차 편안한 분위기 속 이야기가 오갔다. 자연 친화적인 것을 좋아하고 명상을 즐기는 20대 청년 임수향.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라면서 집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강아지 세 마리와 동거 중인 그녀는 외로울 틈이 없다면서 강아지,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행복 에너지를 뿜어냈다.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선택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렇죠. MBC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 때는 긴급투입, 종영 이후 곧바로 KBS 1TV 일일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도전, 그다음은 '강남미인' 성형미인 역이었죠. 한 번도 안 해봤고 역할 자체가 부담감이 커 남들이 보면 의외라고 할 수 있는데 도전한 것들이 잘 됐어요. 만약 스스로한테 선을 정해놨으면 이 작품들을 못 했을 거예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놓쳤겠죠. 물론 두려운 마음이 있지만 캐릭터와 작품, 대본이 좋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심플하게 생각하니 작품의 폭이 넓어졌어요."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요. "리스크를 딛고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물론 '강남미인'은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정확하게 있었어요. 그런 것처럼 동기부여는 확실히 있어야 해요. 그래야 도전 의지가 생기니까요."
-예능도 자주 도전하는 것 같아요. "예능이 재밌어요. 특히 지금까지 했던 예능 중에 SBS '미추리8-1000' 시즌1, 시즌2는 너무 재밌었어요. 새 시즌을 하게 된다면 꼭 하고 싶어요. 한 끗이 부족해서 상금을 못 받고 맨날 의심만 받는데 다음엔 상금에 도전하겠어요. 근데 하면서 노하우가 쌓여도 사람 표정을 숨길 수가 없어요.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하니 '쟤는 평소에 안 그러는데 이상하다' 이렇게 의심을 하게 되죠. 확실히 사람이 이상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으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져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누가 가장 눈치가 빨랐나요. "유재석 오빠는 눈치가 빨라도 진행자니까 참가할 수 없었잖아요. 그래서 부담이 덜했는데 양세형 오빠가 진짜 선수였어요. 손담비 언니는 진짜 허당이었고요. 다들 매력이 넘쳤죠."
-2009년에 데뷔해서 올해로 데뷔 10년 째더라고요. "그간의 시간을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 팬들에게 축하를 받고 나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연극영화과 동기 중에 지금까지 연기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요. 그중에 내가 한 명인 거잖아요.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게 천운이다 싶어요.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어요. 주말마다 기차 타고 서울로 올라와서 연기 공부하고 밤을 새우고 첫차 타고 갔던 그 간절했던 마음을 잃지 말자는 생각이죠."
-연기 공부를 시작한 게 언제인가요.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기 시작한 게 중학교 때에요. 고등학교는 안양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해서 수도권으로 유학을 왔거든요. 친오빠랑 함께 살았죠."
-살아온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기를 위해 살았네요. "이 꿈을 꾸고 난 다음 다른 꿈을 가진 적 없어요. 힘드니 연기를 그만둬야지 그런 상황은 있었지만 이것보다 행복한 게 없었어요. 행복한 직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위에 보면 안 힘든 건 없는 것 같아요. 모두가 힘들게 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건 각자의 몫이잖아요.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기에 그저 감사해요."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요. "우연히 미국 유학을 가게 됐어요. 유학 가기 일주일 전에 길거리 캐스팅이 됐는데 학교도 안 가니 심심해서 연기 수업 참관을 했죠. 연기할 때 부끄러움이 없었어요. 소리 지르고 오열하는 연기였는데 거침없이 했죠.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하니 연기가 더 재밌었어요. 일주일 남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애틋해지기도 했고요. 미국 유학 생활 1년 만에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한국에 와서 연기하겠다고 떼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연기 공부를 시작한 거죠.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때도 댄스 경연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네요. "고등학교도 연기과, 대학도 연극영화과라 다른 경험이 없어요. 근데 연기가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연기하면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어요. 간접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댓글을 자주 보는 편인가요. "댓글이나 반응을 자주 봐요. 궁금해서 보는 건데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보는 건 원하지 않아요. 도리어 왜 보냐고 화를 내요. 악플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맞출 수 없고 각자 취향이란 게 있잖아요. 그럼에도 댓글을 보는 이유는 나쁜 반응보다 좋은 얘기가 힘이 되고 그 와중에서도 의미 있는 비판이나 예리한 지적들이 있기 때문이죠."
-때론 쓴소리가 불편하지 않나요. "평소 주위에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가끔은 의미 없이 좋다는 얘길 듣고 싶지만 대부분은 그걸 원하고 물어보는 게 아니에요. 보완해야 하는 것, 이상한 점을 고치고 싶어 물어보는 거죠. 좋은 건 그냥 나가도 되지만 좋지 않은 건 안 되니까요. 고치면 고칠 수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는 거죠."
-칭찬보다 쓴소리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사실 진짜 좋은 사람에겐 제대로 된 평을 듣고 싶었어요. 나 역시 칭찬을 하지만 쓴소리도 잘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tvN '개똥이네 철학관'을 통해 생각을 달리했어요. 칭찬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쓴소리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칭찬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칭찬의 힘을 알게 된 거죠."
-깨우침을 준 프로그램이네요. "'개똥이네 철학관'은 나의 철학이 없으니 가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출연한 거였어요. 나보다 오래 활동한 선배님, 교수님들과 함께 철학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경북 안동에서 녹화를 진행했어요. 진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어요. 게스트들도 오면 처음엔 멀다고 했지만 왔다 가면 힐링하고 간다고 했어요. 장소가 주는 힘이 강했죠. 자연과 고택 맑은 강과 공기 그것 자체가 힐링하러 가는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