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정지영 감독)'가 온전한 영화의 힘으로 작품의 가치를 알리며 의미있는 상영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블랙머니'는 17일까지 누적관객수 105만393명을 기록, 100만 고지를 넘었다. 또 개봉 후 5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관객수가 떨어지는 비수기 시즌, 큰 영향력이나 화제성 없이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완벽하게 뒤집어 엎었다.
물론 손익분기점이 170만 명을 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힘을 내야하는 상황. 하지만 개봉 전보다 개봉 후 '블랙머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건 영화를 관람한 실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것만으로도 '블랙머니'는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실화를 다룬 이 작품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바탕으로 '정보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블랙머니'는 정지영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신뢰 속 무게감을 더했다. 1990년 당시 금기시되던 빨치산을 소재로 전쟁과 이념의 비극을 그린 '남부군', 베트남전의 현대사적 의미를 재조명한 '하얀 전쟁'을 비롯해 13년만에 현장에 복귀해 판사 석궁테러 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로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정지영 감독은 다시 6년만에 '블랙머니'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도 '고발성 짙은' 소재를 택한 정지영 감독은 이번에도 '대중을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지난 정권 메가폰을 잡고 싶어도 잡지 못했던 정지영 감독은 어쩌다 보니 '블랙머니'에 매달린 시간만 6년이 됐다. 소재도, 상황도 어렵고 힘들었지만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또 한번 완성도 높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악물고 연출한 정성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닿았다.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 영화임에도 관객들은 '블랙머니'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주목했고, '블랙머니'는 정지영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호평을 또 얻었다. '블랙머니'의 화력에 금융권도 주목도를 높이고 있으며, 론스타 사건에 대한 관심도 역시 확연히 상승 중이다.
'블랙머니'를 이끈 배우들의 선택도 옳았다. 올해 '광대들(김주호 감독)' '퍼펙트맨(용수 감독)'에 이어 '블랙머니'까지 세 편을 줄줄이 개봉시킨 조진웅은 가장 기대치가 낮았던 '블랙머니'로 최고 스코어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평소 사회적 문제에 대해 뚝심있는 소신 발언을 지속한 조진웅은 '블랙머니'로 언행일치의 정점을 찍었다.
'극한직업(이병헌 감독)', '열혈사제'로 2019년 흥행퀸으로 거듭난 이하늬는 의미있는 행보를 통해 배우로서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작품의 뚜겅은 열어봐야 알고 보는 눈 있는 배우들이 아무 작품이나 그냥 선택할리 없다는 것을 '블랙머니'는 영화로 증명, 가을 스크린 복병으로 기분좋은 반전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