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개막한 2019-2020시즌 KBL D-리그. KBL 제공 대형 트레이드 이슈에 묻혀 조용히 개막전을 치렀지만, 2라운드가 한창인 프로농구 못지 않게 D리그도 열전을 치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SK-창원 LG, 인천 전자랜드-상무의 경기를 시작으로 개막한 2019-2020시즌 D리그가 내년 3월 9일까지 연세대 신촌캠퍼스 체육관과 문경 국군체육부대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지난 시즌까지 1·2차 대회로 나뉘어 열렸던 D리그는 올 시즌부터 SK, LG, 전자랜드, 전주 KCC, 울산 현대모비스, 국군체육부대 상무가 풀 리그를 치르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팀당 경기 수도 지난 시즌보다 3경기 늘어난 15경기가 됐다.
D리그(Development League)는 이름 그대로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마련한 2군 리그다. 유망주 발굴과 리그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존 2군 리그(윈터리그)를 대신해 2014년 출범한 D리그는 외국인 선수 없이 정규리그에 등록된 선수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1군 무대에서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기량 향상과 경기력 유지를 위해 실전을 치를 수 있는 기회이자, 1, 2군 구별 없이 운영되는 만큼 주전 선수들도 부상 회복이나 컨디션 조절 등을 위해 출전이 가능하다.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긴 하지만, D리그는 당장 프로농구 1군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한 마지막 보루와 같다. 신인 드래프트는 매년 실시되지만, 팀의 주축 전력인 외국인 선수와 기존 주전 선수, 그리고 트레이드 등의 외부 영입을 고려하면 1군에서 뛰는 12명의 선수 안에 들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특히 프로 무대에 갓 입성한 신인들에게 D리그는 기량을 끌어올리고,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2019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짧게나마 1군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른 선수는 전체 1순위 박정현(23·LG)과 2순위 김경원(23·KGC인삼공사)를 비롯해 4순위 전성환(23·오리온) 6순위 이윤수(23·DB) 8순위 김세창(22·현대모비스) 그리고 김훈(24·DB) 정도다. 나머지 선수들은 구단에서 훈련하며 몸을 만드는 과정에 있고, D리그를 운영하는 SK, LG, 현대모비스, KCC, 전자랜드에 입단한 선수들은 2군에서 실전 경기력을 시험하며 프로 무대에 부딪히고 있다.
LG 박정현. KBL 제공 D리그에서 경기를 치른 올해 신인은 모두 8명이다. LG의 박정현은 1군과 2군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고 있고,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김세창도 16일 KCC전, 17일 오리온전을 치른 뒤 곧바로 18일 D리그 상무전에 출전했다. 전자랜드는 올해 선발한 두 명의 신인 양재혁(22)과 박찬호(23)를 모두 D리그 경기에 출전시키고 있고, KCC도 곽동기(22)와 권혁준(22)이 D리그에서 코트를 밟았다. SK의 박상권(22) 현대모비스의 박준은(22)도 마찬가지다.
2경기를 치른 상황이지만 박상권은 첫 경기에서 36분5초를 뛰며 18득점 5리바운드를 올렸고, 곽동기도 22분30초를 뛰며 15득점 14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2경기 연속 출전한 양재혁과 박찬호는 각각 평균 7.5득점 4.5리바운드, 8.5득점 4.5리바운드 2.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1군을 오가는 중인 박정현은 D리그 첫 경기에서 14득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김세창도 11득점 2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했다.
아직 리그 초반인데다 외국인 선수가 없이 치러진다는 점 때문에 D리그 성적을 1군 무대와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고 팀의 스타일에 적응해나갈 수 있다는 건 갓 프로에 입문한 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D리그라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1군 진입도 꿈은 아니다. D리그를 경험한 신인들이 빠르게 프로에 적응해 제 몫을 해줘야, 선수도 구단도 그리고 리그도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