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김도훈 감독(왼쪽)·광주 펠리페. IS포토 "저희 감독님은 감독상 노리고 계실 것 같은데…"
지난달 17일,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 때 최우수 선수(MVP) 수상에 대해 묻자 김보경(30·울산 현대)이 한 말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김보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훈(48) 감독이 울산에 14년 만의 우승컵을 안긴다면 연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나설 확률은 거의 99%였기 때문이다. 한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공로는 어마어마하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역사에서 우승팀 감독은 2005년과 2010년, 단 두 번을 제외하고 예외없이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해, 김도훈 감독이 울산을 이끌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더라도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는 일은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인상 시상 규정을 강화하면서 시즌 중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어 5경기 이상 출장정지 또는 600만원 이상 벌과금의 중징계를 받은 선수와 감독을 후보 선정 과정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맹은 19일 발표한 올 시즌 최우수감독상 후보에서 김도훈 감독을 비롯해 김병수(48) 강원 FC 감독, 김종부(54) 경남 FC 감독 등 3명의 이름을 제외했다. 김도훈 감독은 지난 8월 대구FC와 정규리그 25라운드에서 주심이 울산 수비수 윤영선의 핸드볼 반칙에 따른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5분여 동안 주심을 상대로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고, 김병수 감독은 지난 7월 FC서울전이 끝난 뒤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심판을 모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7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김종부 감독도 3월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3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아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감독상 후보는 김기동(47·포항 스틸러스), 모라이스(54·전북 현대), 안드레(47·대구 FC), 최용수(46·FC 서울) 4명으로 좁혀졌다.
최우수선수상(MVP)과 영플레이어상, 베스트11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 사고로 15경기 징계를 받은 뒤 수원 삼성에서 계약 해지된 김은선(31)을 비롯해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발을 밟아 제재금 1000만원을 받은 김진수(27·전북), 음주운전으로 15경기 출전정지를 받은 최준기(25·전남)·박태홍(28·경남)·우찬양(22·수원FC), 상대 팀 서포터스를 자극해 1000만원의 제재금을 받은 김광석(36·포항) 등 7명이 명단에서 빠졌다.
이 중 가장 타격이 클 선수는 단연 광주의 펠리페(26)다. K리그2 득점왕으로 올 시즌 19골 3도움을 기록하며 광주의 우승과 자동 승격을 이끈 펠리페는 자타공인 K리그2 MVP가 확실시되는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 9월 26라운드 안산 그리너스와 원정 경기 후반에 판정 항의로 경고를 받은 뒤 경기장 밖에서 부상 치료를 받다가 물병을 걷어차고 벤치를 주먹으로 치는 거친 행동으로 퇴장을 당해 제재금 700만원을 받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득점왕이 MVP를 받을 수 없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연맹은 "올해부터 적용된 개인상 시상 규정은 페어플레이를 유도하고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제6차 이사회에서 결정돼 올해부터 적용된 사항이다. 그러나 연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축구계와 팬들의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고나 상대 선수와 몸싸움 등 과격한 행동으로 중징계를 받은 경우와 달리, 심판 판정에 항의한 것을 두고 중징계를 내려 수상 후보에서 제외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 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K리그1·K리그2 대상 후보.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편 이날 연맹이 발표한 K리그1 최우수선수(MVP) 후보는 김보경과 문선민(27·전북), 세징야(30·대구), 완델손(30·포항)으로 좁혀졌고 영플레이어상 후보는 김지현(23·강원), 송범근(22·전북), 이동경(22·울산), 이수빈(19·포항)이 이름을 올렸다. K리그2에서는 김형열(55·안양), 박진섭(42·광주), 송선호(53·부천), 조덕제(54·부산) 감독이 감독상을 두고 경쟁하고, MVP는 아슐마토프(23·광주), 이동준(22·부산), 조규성(21·안양), 치솜(27·수원FC)의 4파전으로 진행된다. 후보에 오른 선수들을 대상으로 21일부터 내달 1일까지 각 구단 주장(30%), 감독(30%), 미디어(40%)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 오는 2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대상 시상식에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