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코치는 최근 LG 구단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이 코치는 지난해 10월 LG와 계약하며 4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올 시즌 2군 총괄 코치로 육성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1년 만에 인연을 마무리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고심 끝에 LG를 떠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자비로 일본 주니치 구단 코치 연수를 택했다. 내년 2월 떠날 예정이다"고 밝혔다.
KBO 리그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다. 1993년 해태 소속으로 데뷔한 이종범 코치는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타격 4관왕과 골든글러브 등을 휩쓸며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다. 당시 기록한 84도루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단일시즌 최고기록이다. 1997년 해태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정확한 타격까지 갖춰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해태가 배출한 최고의 선수였다.
1998년 일본 주니치에 입단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해 6월 가와지리(당시 한신)가 던진 몸쪽 공에 오른 팔꿈치를 맞고 쓰러졌고 재활과 부진을 거듭한 뒤 2001년 친정팀 KIA로 복귀했다. 2002년과 2003년 주 포지션인 유격수가 아닌 외야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03년에는 개인 통산 네 번째 도루왕에 오르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선 8회 결승타를 때려내며 대표팀의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다. 2009년에는 최고참으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며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2012년 3월 현역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KBO 리그 통산 170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194홈런, 730타점, 510도루를 기록했다. 타격왕 1회, 최다안타 1회, 도루왕 4회, 득점왕 5회, 한국시리즈 MVP 2회, 골든글러브 6회(1993·1994·1996·1997·2002·2003년) 등 숱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2012년 10월 해태 시절 감독과 선수로 인연이 깊었던 김응용 감독의 요청에 따라 한화에서 코치(주루)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10월 팀을 떠나 잠시 해설위원을 맡았고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으며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특히 아들 이정후(키움)가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면서 함께 거론되는 횟수가 많아졌다. 2017시즌 KBO 리그 신인왕에 오른 이정후는 최근 막을 내린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타율 0.385(26타수 10안타)로 맹타를 휘둘러 대회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바람의 아들'인 이 코치의 별명을 따 '바람의 손자'라고 불릴 정도로 부자(父子) 야구 선수로 성공시대를 열었다.
이종범 코치는 올해 겨울 친정팀 KIA 감독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기태 감독이 중도 사퇴한 KIA는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후 새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 코치의 이름이 특정 매체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KIA는 메이저리그 사령탑 경험이 있는 맷 윌리엄스를 감독으로 선임해 결과적으로 이 코치의 친정 복귀는 무산됐다.
거취를 고심하던 그는 LG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선동열 전 감독도 미국(뉴욕 양키스)으로 연수를 떠날 예정이어서 한때 해태 전성기를 함께 이끌었던 투타 주축 선수가 모두 해외에서 선진 야구를 배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