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성덕선을 연기하고 대중의 관심은 온통 차기작이었다. 고르고 고른 작품인 '딴따라'에서 보인 연기력 논란 딱지는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성장통을 앓은 이혜리는 '청일전자 미쓰리'로 논란에서 자유로워졌다. 극중 말단 경리에서 하루 아침에 회사를 책임져야하는 대표이사가 된 이선심을 연기했다. 타이틀롤인 만큼 분량도 많았고 부담감도 컸다. 그럼에도 이선심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대중과 평단에게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성덕선과 이선심, 그 중간에 있는 이혜리를 만나 그간의 부담감을 들어봤다.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종영이 실감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욕심이 난 캐릭터였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준비도 많이 했고 '잘 봤다' '인생드라마였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아서 행복하다."
-어떤 욕심을 냈나. "그냥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처음 대본을 받고 캐릭터를 보며 '얘가 도대체 왜 이러지'라는 의문이 많았다. 선심이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챙겨주고 대신 싸워주고 싶었다. 신입사원인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조사해 본 신입사원들은 어땠나. "상사한테 '전 못 하겠어요'라는 못 하더라. '왜 그런 말을 못 하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신인 때를 생각해보니 이해됐다. 그런 사소한 것들부터 찾아갔다."
-이혜리의 신인시절은 어땠나. "(이)선심이처럼 울면서 분풀이를 했다. 신인 때는 정말 누구한테 말을 못 했다. 또 그게 화나는 건지 몰랐다. 그냥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게 많았고 순수했다."
-답사도 다녔다고. "촬영 들어가기 2~3주 전 감독·작가님이 모티브를 잡은 회사가 있어 전체 답사를 갔다. 자기 배역과 비슷한 부서 관계자들과 각자 미팅을 했다. 나는 대표님을 만났다.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 부분들이 연기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시청률이 아쉬웠다. "신경을 안 쓸 수 없지 않냐.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시청률은 우리의 뜻이 아니라고 본다. 거기에 얽매이면 촬영하는데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우리끼리 서로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하며 파이팅했다."
-덕선이의 연장선 연기라는 비평도 있었다. "애초 연기를 하면서 '덕선이를 벗어날거야' 이런 마음을 먹진 않았다. 캐릭터가 다르지만 조금 비슷한 부분도 있고 덕선이를 벗어나고 싶었음 아예 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고르지 않았을까. 단 선심이를 연기하면서 덕선이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청자들의 기억 속 덕선이가 자리 잡혀 있는데 그걸 굳이 지우고 싶진 않다."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나. "부담감이 왜 없었겠나. 감독님이랑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 촬영 전 대본 리딩도 많이 했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나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그나마 조금 부담을 덜었던 건 베테랑 선배님들이 많이 있어 든든했고 의지를 많이 했다."
-계속 안경을 쓰고 나왔다. "중간중간 한 두번씩 안경을 벗고 촬영한게 손꼽힐 정도였다. 일부러 살도 찌웠다. 꿋꿋한 친구라 말라보여야하나 싶다가도 스트레스가 많아 먹은 걸로 푼다는 나만의 설정이 있었다.(웃음)"
-이번 작품 후 스스로의 평가는. "아직까지 내 작품을 보는게 낯설다.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여기서 안도하자'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걸스데이 멤버들은 뭐라고 하나. "내가 나온다고 일부러 챙겨보고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동백꽃 필 무렵' 얘기를 더 많이 하더라.(웃음)"
-배수지·김설현과 같이 언급된다. "세 사람이 같이 언급되는 점 때문에 노력을 많이 했다. 누가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그들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안다. '배가본드' '나의 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챙겨보진 않았지만 어떻게 연기했을 지 궁금해 지켜봤다. 그들도 나처럼 동지애를 느끼지 않을까."
-연애는 잘 하고 있나. "드러내놓고 연애하는게 아니라 그런지 주변의 관심이 많다. 시간나면 데이트하고 잘 지낸다."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촬영할 때는 시간이 없고 작품 후에는 맛있는거 먹으러 가는거 좋아한다. 방탈출카페도 좋아한다."
-내년이면 걸스데이가 10주년이다.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현실적인 장벽이 많더라. 작은 것이라도 팬들이 기다려주니 해보고 싶다. 10주년을 그냥 보내기엔 속상할 거 같다."
-다시 말해 데뷔 10주년이다. "벌써 10년이라니… 나이 먹는게 겁난다. 어른처럼 행동해야하는데 아직 그 준비가 안 됐다.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엔 겁부터 난다. 나 특유의 진난만함이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나. "사실 계획적으로 살진 않는다. 어떤 걸 계획했는데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이 무섭다. 계획 없이 해냈을 때 좋은 반응을 받는 게 좋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