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의 그래미어워즈 후보 불발에 대해 전세계 팬들과 음악 전문가들이 들고 나섰다. '우물 안 그래미'라는 비판 속에 방탄소년단도 놓치고 권위도 잃었다.
제62회 그래미 어워드 측은 20일(현지시각) 공식 홈페이지에 84개 부문에 대한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고 리조, 빌리 아일리시 등 여자 솔로가수들의 활약을 높이 샀다. 하지만 미국 내 K팝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가 된 방탄소년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음악전문매체 롤링스톤은 "뮤직비디오 부문이나 하다못해 기준이 모호한 베스트 월드뮤직 부문에도 방탄소년단을 후보에 넣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즉각 그래미 후보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This is BTS'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방탄소년단이 올 4월 발매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의 성과를 비롯한 그간의 행보들을 나열했다. 3작품 연속 '빌보드 200' 1위, 유튜브에서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로 2020년 기네스북에 오른 타이틀곡 '작은 것들의 위한 시', 전세계 스타디움 투어 매진, 해외가수 최초 사우디아라비아 스타디움 입성 등 유일무이한 기록들이 전세계 언어로 쏟아졌다. 트위터 이용자를 분석하는 트렌드맵에 따르면 대륙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아미(팬클럽)들이 'This is BTS' 해시태그에 동참해 트렌딩 1위에 올랐다. 21일 오전엔 미국 아이튠즈 앨범차트에서 '페르소나' 앨범이 8위까지 역주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미는 방탄소년단을 이용한다는 여론의 뭇매도 맞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9월 그래미 뮤지엄의 초청으로 그래미 뮤지엄의 예술감독 스콧 골드만과 함께 '방탄소년단과의 대화(A CONVERSATION WITH BTS)'를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그래미 어워드를 주최하는 그래미 리코딩 아카데미(The Recording Academy)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그래미 뮤지엄은 이날부터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레드카펫에서 입은 슈트 의상을 전시한다고 있다. 그래미 측이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후보에서 제외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피처링에 참여한 미국 가수 할시도 그래미를 비판했다. "모든 네거티브를 무시하고 삭제하라. 방탄소년단은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다"면서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내게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미국은 세계의 움직임에서 뒤처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탄소년단을 향해선 "그 때가 올거다"며 응원했다.
외신들도 그래미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경제지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의 후보 불발은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의 맹점을 드러냈다'는 제목의 기사로 "그래미의 인종차별은 비밀이 아니다. 61년의 역사 속에서 10명의 흑인 예술가만이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고,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르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그래미는 주관적이며 산업의 정치와 포퓰리즘에 움직이는 구식"이라고 적었다.
롤링스톤은 "미국에서 K팝이 가장 잘 팔리고 인기 있는 장르가 됐음에도 그래미 어워드는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그래미가 K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음악 시장의 현 상황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행보다. 미국 스타디움을 매진시키고 최고의 인기를 끈 방탄소년단은 K팝의 미국 진출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메트로도 그래미의 후보자 선정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입장을 대변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만 올랐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