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은 2일 현재 단 1승에 그쳐 있다. 도드람 2019~2020시즌 첫 경기였던 10월 15일 한국전력에 세트 스코어 3-2로 이긴 뒤 12번 연속 졌다. 개막전부터 5경기 연속 풀 세트 접전을 치르면서 패배 속에서도 어느 정도 승점을 쌓았지만, 2라운드 6경기에선 고작 승점 1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승점 8로 최하위다. 어느덧 4승(8패) 승점 13을 기록한 6위 한국전력과 격차도 꽤 벌어졌다.
이런 부진 속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구단은 "시즌을 끝까지 맡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봄 배구는커녕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 추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KB손해보험은 전신 LIG손해보험 시절을 포함해 2010~2011시즌에 마지막 봄 배구를 경험했다. 현재 프로 7개 구단 중 가장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바로 KB손해보험이다. 그 당시에도 15승15패를 기록해, 가까스로 봄 배구에 나설 수 있었다. 2017년 여름 구미에서 의정부로 연고지를 바꾼 이후 새로운 홈 팬들에게 봄 배구의 재미를 단 한 번도 선사하지 못했다.
특히 2015~2016시즌부터 LIG손해보험에서 간판을 바꿔 단 KB손해보험은 프로 출범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한 적 없는데, 이번에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전에는 그래도 중위권을 유지했으나, 2010년대에는 주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최근 몇 년간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내고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김요한, 하현용(우리카드) 손현종(대한항공) 이강원(삼성화재) 등이 팀을 옮겼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젊은 자원 주축으로 팀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단은 경험 부족으로 결정적인 상황에서 범실을 하며 역전을 내주기 일쑤다. 12연패 탈출의 절호의 기회였던 11월 30일 삼성화재전에서 5세트 막판 토스 범실, 백어택 반칙, 네트터치 등 각종 범실이 쏟아진 끝에 고개를 떨궜다.
구단의 행정과 육성도 아쉬움을 남긴다. KB손해보험은 지난 5월 드래프트에서 뽑은 '검증된 용병' 마이클 산체스가 부상으로 교체가 불가피해지자, 새 선수 찾기에 나섰다. 지난달 말 현대캐피탈에 영입된 다우디 오켈로에게 먼저 관심을 보였지만 끝내 포기했다. 대신 데려온 브람 반 덴 드라이스 부상으로 최근 3경기 연속 결장했다.
신인 선발과 내부 육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부족하다. 현재 베스트 멤버 가운데 내부 육성은 황택의와 한국민 정도다. 하위권 성적으로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주로 행사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KB손해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