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GD→슈가맨' 양준일에 열광하는 이유

가수 양준일이 '강제 소환'됐다.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가수였던 그는 30년이 지난 현재 유튜브를 타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양준일은 지난 6일 JTBC '슈가맨3'에 등장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그의 이름은 방송 전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더니, 방송 이후 유튜브 검색량이 급증했다.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은 5%를 기록하는 등 양준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 SNS에도 '슈가맨'을 본방사수했다는 후기들도 이어졌다. '91년생인 내가 91년에 데뷔한 가수에 빠질 줄은 몰랐다' '뭐가 그리 급해서 30년을 앞서간 걸까' '모든 천재의 비극은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등의 양준일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10대 인지도 폭발
역대 '슈가맨' 출연자들은 또래 세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이 보통이었는데 양준일은 독특했다. 41불로 높은 인지도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유튜브에 익숙한 10대 판정단이 그를 먼저 알아본 것. 양준일은 유튜브에서 유행한 과거 음악방송 다시보기를 통해 '탑골GD'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상파는 별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준일의 무대와 예능 등 출연 영상을 특집으로 모아 제작해 따로 올릴 정도로 요청이 쏟아졌다는 전언이다.

유튜브 트렌드를 분석하는 인플루언서 사이트에 따르면 7일과 8일 양준일은 유튜브 검색어 톱10에 올랐다. 다른 키워드들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양준일만큼은 연일 순위권을 지키며 높은 화제성 지수를 유지해 눈길을 끈다. 특히 7일 밤엔 인기 캐릭터인 펭수나 주요 연예 이슈를 모두 제치고 많이 본 영상에 등극하기도 했다. 양준일을 주제로 리뷰하는 영상들도 비슷한 시기 다수 올라왔다. 음악 관련 크리에이터들은 양준일의 패션, 춤, 노래 등 전반에 걸쳐 세련됐다고 봤다. 히피펌, 헤어밴드, 발목까지 덮는 롱코트, 단추를 두 개 풀어헤친 화이트 셔츠 등 지금 입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을 소화하는 양준일에 '시간여행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비운의 천재
무엇보다 노래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뜨겁다. 양준일은 1991년 데뷔 싱글 '리베카'부터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뮤지는 tvN '수요일은 음악프로'에 출연해 양준일의 '판타지'를 이별 댄스곡으로 추천하고 가사에 주목했다. '빨래를 걷어야 한다며 기차타고 떠났어'라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참신하다고 평했다. 당시 양준일은 "이별하는 순간엔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래 이야기를 넣었다"고 잡지를 통해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가나다라마바사' '댄스 위드 미 아가씨' 등의 자작곡으로도 활동했다. 교포인 그는 미국 팝계의 뉴 잭 스윙이나 하우스 등 최신 트렌드를 접목해 세련된 감각으로 앞서갔다.

특히 '댄스 위드 미 아가씨'는 영어와 한국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가사인데, 당시엔 '바른 언어 사용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양준일은 보수적인 당시의 문화 속에 심한 차별을 겪어야 했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양준일은 일산에서 영어강사를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일상을 지내고 있다. 직장 문제로 출연이 쉽지않은 상황에도 '슈가맨3'에 함께 해준 양준일은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가수를 좋아할 수 있을 텐데, 나의 과거 모습만으로 모여주신 팬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분들에게 무대를 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51세의 나이에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여전한 트렌디한 무대 매너는 시청자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대를 앞서간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3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아티스트 면모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족 앞에 겸손한 아빠로 남겠다는 삶의 자세까지 대중을 사로잡을 요인이 충분했다"며 양준일의 인기를 분석했다. 이어 "물론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새로운 뉴트로 현상이 기여한 바가 있지만, 훌륭한 아티스트는 당대에 인정을 못받아도 언젠가 인정받을 거라는 대중들의 믿음과 지지가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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