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간을 만들고, 하늘을 열었다" 신분을 뛰어 넘은 조선판 뇌섹남들의 감사한 브로맨스다.
16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허진호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허진호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한석규가 '쉬리(강제규 감독)' 이후 20년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최초로 베일벗은 '천문'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꿈을 꿨던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뛰어 넘은 절절한 브로맨스를 그린다. 신분을 막론하고 백성을 굽어 살핀 '성군' 세종을 깊이있게 다루면서, 동시에 세종의 손과 발이 되어 세종의 꿈을 현실화 시켰던 장영실의 재능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이후 또 한번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는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목소리, 눈빛 등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세종전문배우의 명성을 입증시킨다. 영화 후반부 스스로 흑화되는 세종과, 차지게 내뱉는 욕설 한마디는 5000만 세종 팬덤의 환호를 자아낼 전망이다.
또한 장영실로 분한 최민식은 상황에서 우러나오는 유머와 감동을 적재적소 활용하며 어디에서 본 적 없는, '최민식표 장영실' 완벽하게 탄생시켰다. 오로지 세종의 꿈을 함께 응원하고 좇는 맹목적 애정과 충성은 한석규와의 미친 케미스트리를 완성, 러닝타임 내내 몰입도를 높인다.
허진호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조화를 어떻게 어우러지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나는 '안여사건 후 장영실이 사라졌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인재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 분이, 기록에 의하면 장영실을 내관 정도로 가까이 두고 이야기 했다는 세종이, 한글 창제 만큼이나 그 시대에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열었다는 큰 일을 행한 장영실을 왜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지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며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갖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속에서 관노와 왕이라는 어마어마한 신분 차이를 넘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실제 최민식과 한석규, 두 분이 30년간 이어오고 있는 관계가 영화 안에서 보여졌다고 생각했다. 연기자로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감독으로서 '컷'을 잘 외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관객 분들도 그런 면을 봐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최민식은 대한민국 전 세대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 장영실을 맡아 조선 최고의 천재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장영실은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인 자격루를 최초로 만들어낸 인물로 세종대왕과 함께 조선의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세종 24년 안여 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인해 곤장형을 받고 이후 어떤 역사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장영실이 세종대왕과 함께 이뤄낸 업적과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그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관계를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낸다. 그리고 '파이란'의 3류 양아치부터 '올드보이' 15년 간 갇힌 남자, '악마를 보았다' 연쇄살인마, '명량' 이순신 장군까지 매 작품마다 다채로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명배우 최민식은 장영실을 통해 또 한번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인생캐릭터를 선보일 전망이다.
한석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인 세종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세종은 관노 출신인 장영실의 재능과 천재성을 알아보고 신분에 상관없이 그를 임명, 출신 때문에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감싸줄 만큼 장영실을 아낀 인물이다. 한석규의 세종 연기는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는 상황. 한석규는 지난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이도(세종) 캐릭터를 맡아 그해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는 다시 세종으로 분한 한석규의 같은 캐릭터 다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석규는 1990년 데뷔 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변화를 거듭, 미친 연기력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오랜시간 그만의 깊이있는 분위기로 평단과 대중의 사랑 및 신뢰를 동시에 받고 있는 만큼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는 어떤 놀라운 모습을 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현장에서는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 이상의 로맨스를 확인케 하는 장면들에 대한 질문이 연이어 나왔다. 그만큼 '천문'이 세종과 장영실의 끈끈한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것을 입증한다.
한석규는 "영화에서 '자네 같은 벗이 있지 않나'라는 대사가 나온다. 벗, 친구라는 것이 우리 둘,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다 설명해 준다고 생가한다"며 "개인적으로 '뿌리깊은 나무' 때는 장영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근데 난 그 작품을 하면서 '이도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누구였을까' 생각하게 됐고, 당시 혼자 생각했던 것이 '장영실이다'는 상상이었다. 이번 작업에서 그것을 풀어내 기쁘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성별을 떠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임금이 그 천민을 알아준다?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 내가 장영실이었다면 아마 세종을 위해 죽으라면 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무한한 애정, 무한한 충성을 드러내려 했다. 장영실 입장에서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더라"고 설명했다.
또 "장영실이 세종을 살짝 질투하는 장면도 나온다. 난 그 신이 참 좋았다. 어린 아이처럼 임금 곁에서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싶고, 도와드리고 싶고,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세종을 바라보는 장영실의 눈빛은 무한한 애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지금도 이 정도의 뉘앙스로 받아 들이시는데 사실 편집된 장면들이 더 있다. '이렇게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것이 꼭 묘한 뉘앙스의, 성적인 그런 것이 아니라, 추접스럽거나 역사 인물을 왜곡할만한 정도가 아니라면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해석이 좀 더 자유롭게 표현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석규는 "기록이 진실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직업 자체가 연기자이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게 되고 관심도 많다"며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에 집중하며 꽤 조심스럽게 접근한 작품이다"고 강조했고, 최민식은 "결국 옛날 이야기다. 한석규가 들려주는, 최민식이 들려주는, 허진호 감독이 그려낸 옛날 이야기다. '천문'을 어떤 영화라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세종과 장영실, 그리고 한석규와 최민식의 조화로운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