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포스터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받아들 날이 멀지 않았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예비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아카데미 입성의 첫 발을 디뎠다.
'기생충'은 17일(한국 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발표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쇼트리스트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부문 예비 후보에 선정됐다.
'기생충'을 비롯해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로는 전세계에서 출품된 총 10편의 영화가 포함됐다. 바클라프 마호울 감독의 '더 페인티드 버드', 타넬 툼 감독의 '진실과 정의', 라지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 바너버스 토스 감독의 '살아남은 사람들', 루보미르 스테파노브·타마라 코테브스카 감독의 '허니랜드', 얀 코마사 감독의 '성체축일', 칸테비르 발라고프 감독의 '빈폴', 마티 디옵 감독의 '애틀랜틱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등이다.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경우 현지에서도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시선이 쏟아진다. '기생충'은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주제가상 부문 예비 후보에도 '기생충'이 이름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생충'의 OST '소주 한 잔'이 예비 후보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작사하고, 배우 최우식이 부른 곡으로, '기생충'의 엔딩을 장식하는 노래다. '알라딘'의 '스피치리스'와 '겨울왕국2'의 '인투 디 언노운' 등 한국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쟁쟁한 명곡들과 경쟁한다.
특히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오른 것은 '기생충' 측에서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후보 발표 후 최우식이 자신의 SNS에 ''기생충'에서 제가 부른 '소주 한 잔'이 여기에'라는 글을 남기며 놀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생충' 스틸 '기생충'의 목표는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북미 배급사 네온의 톰 퀸 CEO는 "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유력 영화지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이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부문 후보에 오를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버라이어티 이외에도 대다수의 현지 매체들이 '기생충'을 92회 아카데미의 '주류 영화'로 꼽고 있다.
최종 후보작 5편은 쇼트 리스트 10편 가운데 선정된다. 오는 2020년 1월 13일 최종 후보작 5편이 공개된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다른 주요 부문 후보들도 이날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예비 후보에 포함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 부문 예비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91회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과거와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다. 북미 지역에서 불고 있는 '기생충' 열풍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기 때문. 하루가 멀다하고 수상 소식을 전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앞서 LA비평가협회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남우조연상(송강호)을 수상했고, 애틀랜타 비평가협회에서는 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시카고 영화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영화비평가협회에서도 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을 차지했으며, 이밖에도 토론토 비평가 협회·전미 비평가 협회·뉴욕 필름 비평가 온라인 어워즈에서 연이어 수상 낭보를 전했다.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에서도 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까지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더 이상 증명해낼 것이 없을 만큼 세계인의 극찬을 받았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이자 비영어권 영화에 폐쇄적인 성향인 미국에서 받는 상의 의미가 남다를 터다. 2020년 2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